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43 바람잘날 없는 프로젝트에 대한 푸념 건축설계라는게 디자인 업무가 반, 그리고 협의하고 다른사람들과 치고박는 일이 반이다.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치고박고하는 건 다른 일들과 다르지가 않은데... 이번엔 좀 강도가 심한 느낌이다. 이번주에는 Teamleiter가 야근을 하다가 "Kein Bok mehr hier zu arbeiten!(여기서 더 이상 일할 생각이 없어!)" 라고 소리치면서 집에갔다. 팀장 직급의 친구가 울면서 뛰쳐나갔으니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갈지 참...ㅋㅋㅋ 이 프로젝트는 참 독일답지 않게 시간은 없고, 할일은 많고, 요구도 많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설계업무에는 단계라는 것이 있어서 계획설계를 끝낸다음 건축허가를 받고, 실시설계로 진행되는 것이 수순이다. 계획설계가 끝나면 1차 단도리. 그 다음 건축허가가 2차 단도리... 2022. 2. 26. 아이구 뭐 이런걸 다... 크리스마스 선물 언박씽 어느 회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회사도 내가 자꾸 아쉬운 소리를 블로그에 써서 그렇지, 좋은 점도 많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 능력이 된다면 연봉협상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 - 예전엔 안그랬지만, 이제는 초과근무나 야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점 -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다는 점 - 설계사무실 치고는 매우 매우 드물게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있다는 점 - 크리스마스에 꽤 괜찮은 행사와 선물을 준다는 점 - 계약기간이 없는 평생 고용(unbefristet)을 한다는 점 뭐 이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내가 아는 한 건축을 하는 내 지인들중에도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주는 설계사무실은 여지껏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반대로 이 모든 장점과 필적할만한 단점들도 있지만, 오.. 2021. 12. 22. 고딕성당과 실시설계 옛날에 건축가가 고딕성당을 지을 때, 얼마나 높이까지 벽돌을 쌓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구조 계산을 하는 프로그램도 없고, 숫자로 정확하게 계산하기도 힘들어서 경험에 의해서만 건물을 쌓아올렸는데, 우리가 보는 모든 고딕성당이 그렇게 지어진 것이다. '벽돌을 한 100개쯤 위로 쌓았더니 무너져서, 그 밑에 작업하던 뮐러씨가 크게 다쳤었지.' '그럼 이번에는 벽돌을 한 80개쯤 쌓은 다음에 옆에 구조적으로 받쳐줄만한 뭔가를 둬야겠구나' '옆에 구조물을 대면 조금 더 높이 쌓을 수 있네? 그럼 조금 더 높이 쌓아볼까?' '어? 옆에 구조물이 있어도 높이 쌓는데는 한계가 있구나. 그럼 더 이상 높이 짓기는 힘들겠다.' 이렇게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우리가 보는 고딕성당의 높이와 모양이 완성된.. 2021. 12. 17. 독일 건축가의 연봉과 두번째 연봉협상 이번 달은 블로그에 거의 신경을 못썼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글을 쓸만한 소재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연봉협상과 관련한 글이다. 어제 회사와 두번째 연봉 협상이 있었다. 다행히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직을 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당분간은 다니는 걸로 ㅋㅋㅋㅋㅋ 이번 협상으로 엔지니어분들 연봉의 발끝 정도는 닿은 것 같다. 건축가는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타 직군에 비해 연봉이 많이 낮은 편인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학과별 시간 당 수당 테이블에 따르면 건축은 저~~ 밑 쪽에 있다. (진로선택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반면 의학, 경영학, 공학은 전부 위에 자리한다. 건축학은 전문대학(FH)을 졸업했는지, 대학교(Uni)를 졸업했는지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긴하.. 2021. 8. 19. [건축] 헉!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3명이나!! 지지난 주, 마감을 앞둔 프로젝트가 갑자기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주말근무를 포함하여 많은 초과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프로젝트가 늘 이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회사업무방식을 정말 싫어하지만... 어쩌랴. 이게 지금 우리회사의 업무방식인걸... ㅜㅜ 어쨌든 빡세게 일한 시간들을 다시 휴가로 돌려받은 5일 + 그리고 내 휴가를 좀 더 붙여서 2주간 여름휴가 아닌 휴가를 냈다. 코로나가 조금 주춤하고 있는 시기지만, 그래도 여전히 심각한데... 독일은 벌써 코로나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을 잡아서 어딜 놀러가기도 그렇고해서 이번 휴가는 집에서 쉬기로했다... 대신, 곧 다가올 여름휴가를 와이프와 함께 심도있게 계획했다. 아마도 우리 가족의 위시리스트였던, 캠핑여행이 시작될 것.. 2021. 6. 7. 독일의 잡플레닛! Knunu에서 어떤 회사가 좋은지 알아보세요.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직원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평판일겁니다. 내가 그 회사의 직원이 되보지 않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알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좋을까요!?한국의 잡플레닛(익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평가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독일에는 Knunu가 있습니다. 잡플레닛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평가하고, 여러 사람들이 그 회사가 괜찮은 곳인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웹사이트죠.www.kununu.com/Arbeitgeber bewerten ✍️ Finde deinen besten Arbeitgeber 🤝Nutze deine Stimme und verrate uns, wie die Unternehmenskultur deines Arbeitge.. 2021. 4. 21. 독일건축일지, 독일 건축 공모전 프리젠테이션을 마치다. 지난번 마무리 지은 경쟁 프로젝트의 프리젠테이션이 바로 오늘 있었다. 당초 계획은 해당 도시의 시청에 가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비디오 미팅으로 대체되었다. 여기서 잠깐 내가 경험한 독일의 경쟁 설계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독일의 건축 공모전은 익명으로 계획안과 모형을 제출하면 거기서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게 일반적이다. 심사위원들은 참여자와의 접촉없이 제출된 것들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이번에 참여한 경쟁 프로젝트는 엄밀히 말하면 Vgv - Vergabeverordnung 이다. 단어를 아무리 곱씹어봐도 영 그 의미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어쨌든 내가 이해하기론 경쟁설계(Wettbewerb)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주최측(.. 2021. 3. 5. 독일건축일지, 주거 프로젝트 마무리. 드디어 오늘 하나의 현상설계를 마무리지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이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내 목표는 No 야근, Good 퀄리티, Best 결과였지만... 초과근무 안하는 것은 이미 실패로 돌아갔고, 그나마 목표했던 나머지 두 항목을 달성하기 위해 요 몇일은 초초초 집중모드로 일했던 것 같다. 잠시 우리 사무실의 뒷담화를 해볼까. 우리 회사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대표님은 꼭 마감직전까지 뭔가를 계속 수정하다가 겨우겨우 시간을 맞춰서 제출을 하는 아주 나쁜 습성이 있다. 나는 이런 행태를 아주 질색으로 싫어하는데, 이렇게 제출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기억도 별로 없거니와... 실제로 옆 동료는 대세에 지장없는 자잘한 수정 때문에 마감을 못한 적까지 있다. 난 이번 프로젝트는 이런 시간의.. 2021. 2. 12. 넌 무엇이 되고 싶니? 루이스 칸이라는 거장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기에 앞서... 벽돌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벽돌아, 넌 무엇이 되고 싶니?" 실시설계 프로젝트를 하다가 대표님의 권유로 잠시 팀에서 빠져나와 공모전을 혼자 진행중이라서 블로그에 글이 뜸했다. 이 블로그의 글이 뜸하다는 건, 내가 다른 무언가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혹시나 글을 기다리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건축 설계'를 키워드로 많은 분들이 들어오시는데 그래도 건축 이야기는 잠깐이라도 남겨야지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어느 덧 공모전을 시작한지 4주가 흘러가는 중이고, 마감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공모전을 시작한 이래 야근은 1도 안했는데, 마지막에 평면이 좀 바뀌는 바람에 주말 저녁에 집에서 초과근무를 하는 중이다... 2021. 2. 7. 프로젝트 마무리 짓고, 숨 고르기. 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지 벌써 4달이 넘었다. 그 동안 독일 Tuttlingen 이라는 작은 도시중심에 (한국으로치면) 주상복합시설 2개동과 미디어 도서관, 이렇게 총 3개 건물을 한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4년 전 회사에서 공모전에 당선되면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그간 지지부진 하다가 몇 달 전부터 탄력을 받아 오늘부로 허가접수를 완료하였다. 내가 설계를 맡은 건물은 미디어 도서관, 독일어로 치면 Mediathek이었다. 문화시설이다 보니... 다른 2개의 건물보다 디자인에 더 공을 들여 계획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Tuttlingen 시의 자금 문제로 막판에 도서관 시설이 임대사무실 시설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지어졌으면 꽤나 만족스러운 작업이 되었겠지만... 어쩌겠노. 건축 설계바닥이 원래 .. 2020. 12. 16. [건축]#18. 우리 회사의 리모델링 계획 요즘 따로 공부하는 게 있어서 블로그와 새로 시작한 유튜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ㅜㅜ 그래도 이따금씩 글이든 영상이든 올려야 하는데 공부할 분량이 너무 많네 ㅜㅜ 한달에 한번씩 회사 전체회의가 있다. 그래봐야 고작 20명정도의 직원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소식들을 주고받는 자리인데, 이번 회의 주제는 회사 리모델링에 관한 것이었다. 한달 뒤 있을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동안에는 회사 전체 리모델링을 할 예정인데, 그에 대한 아이디어 3개 정도를 도면화해서 대표님께서 발표를 했다. 뭐 이런 분위기가 한국과는 참 많이 다르다. 갑자기 사장님이 을이 되어버리는 이런 묘한 분위기.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이건 별로고, 저건 괜찮고... 등등 이런저런 코멘트를 날리는 친구들도 있다.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2020. 11. 13. [건축]#17. 독일 건축사협회(Architektenkammer) 등록하기 첫걸음. 한국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건 쉽지만, 건축사 타이틀을 달고 일하기 위해선 반드시 건축사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반면 독일에서는 취업 후에 건축사 협회에 등록을 해서, 2년간 Architekt im Praktikum(이하 AiP) 과정을 거치면 자동으로 독일 건축사 자격이 주어진다. 독일에서 건축사가 되는 건 한국보다 오히려 더 쉽다. 그냥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자격증 정도인 것이다. 지금까지 난 이 건축사협회에 등록하는 걸 미뤄왔다. 협회에서는 취업을 하자마자 등록하는 걸 권고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다. 일을 시작하고 몇 년 후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릴 계획이라면 바로 등록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면 굳이 당장 등록할 필요가 없다. 동료들 중에서도 협회에.. 2020. 9. 16. [건축]#16. 독일 육아휴직 끝, 좋은 시간 끝 ㅜㅜ 평소와 다를 것 없었던 어제 오후, 왠 낮선 번호로 전화한통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회사 대표님이었다. 간단히 잘 지냈냐는 말과 함께, 혹시 일을 좀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리곤 나와 내일이나 모레 쯤 이것에 대해 회의를 하고 싶다고 하신다. "모레는 약속이 있어서 안되구요, 내일 오전에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 대표님과 회의를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글을 쓴다. 반년만에 회사에 간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독일어로 회의를 오랜만에 하는 터라...) 약간 긴장도 됐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회사 로비에서 회사 대표님과 팀장(우리 팀장 아님)이 선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곤 나를 보더니 손을 들며 인사한다. "할로! 잠깐 10분만!" "전 그럼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고 .. 2020. 8. 6. [건축]#15. 직장동료의 갑작스런 퇴사 또 한명의 직장동료가 퇴사했다. 이 친구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밥을 먹었는데, 조금 씁쓸했다. 이 친구의 역량이 우리회사에서 꽤나 컸기 때문이다. 적은 년차에도 설계는 물론 현장에 상주하며 감리 업무까지 맡아서 했던 친구다. 아마도 그래서 조금 지친 것 같았다. 참고로 이 친구는 독일에서 보기 드문, 라이노 그래스호퍼 사용자였다. 그래서 전시관 설계에 꼭 필요한 친구였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령 프로그램에 오류가 뜬다던가 회사내 오피스 기계들이 작동을 안한다던가 하면 동료들은 망설임없이 이 친구에게 달려간다. ㅎㅎ 현장에서 복귀하자마자 딱히 정해진 프로젝트 없이 전전하다 프로젝트 하나를 맡았는데, 정해진 업무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정(말도안되게 자꾸 변경되는 계획.. 2019. 11. 29. [건축]#14. 수영장 프로젝트 마감 마감을 3주 앞두고 시작했던 수영장 프로젝트를 오늘 마무리 지었다. 상당히 무리가 있었던 일정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일정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비단 나만 이런 급한 프로젝트를 받은 게 아니라, 다른 현상설계를 하는 건축가 또한 마감을 4주 앞둔 프로젝트를 받았다. 그 친구의 프로젝트는 내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건물이라 아마도 더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점심 시간에 그 친구와 잠깐 이야기 해보았지만, 좋은 이야기가 나올리 없다.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우리 설계사무소로 이직한지 얼마 안된 친구라서 처음엔 의욕이 넘쳐보였는데, 역시 이런 무리한 일정이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이번 수영장 프로젝트의 결론은 잘 마무리 되었다. 설계안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하자 없이 마무.. 2019. 10. 3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