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독일이나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은건 매 한가지다. 이번 주 월요일도 여느 월요일과 같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9시쯤 회사에 도착하니, 동료 직원 한명이 나를 이상하리만큼 빤히 쳐다보았다. 아주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굿텐 모르겐" 하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3주 뒤에 또 마감을 해야하는 다음 현상설계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일을 해나가야 한다. 흑흑 ㅜㅜ.
사실 그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봤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 짐작하고 있었다. 바로 2주전 제출한 공모결과에 대한 결정이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직원은 그 공모 결과가 궁금할꺼라고 상상하며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2등 축하해!"
"결과 나왔어?"
"응, 회사 이메일로 결과가 날라왔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쁘기도 했지만 그보다 허무함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게 뭔 소리가 싶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2등이면, 1등을 한 설계안과 막판까지 겨뤘던 설계안이라는 건데... 너무 아까웠다. 이대로 끝나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허무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동료들이 "2등"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 자리로 몰려들었다.
"진짜 2등이야? 대박!"
25팀이 참가한 공모전에서 2등을 했다. 처음으로 눈에 드러나는 성과였다. 그것도 거의 혼자의 힘으로 말이다.
다음 달이면 입사한 지 9개월 차에 들어가는,
아직도 독일어로 어버버 대는,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적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혼자 작업한 설계안이 독일에서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갔다는게 나도 조금은 놀라웠다.
이 공모전에서 2등을 했으니, 회사는 내 1년치 연봉정도 되는 금액을 상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음, 이 정도면 AIP(Architekt im Praktikum ; 한국으로 치면 신입사원 정도되는...) 역할은 이미 하고도 넘친 것 아닌가? ㅎㅎㅎ
다음 연봉협상을 기대해보장. 하하.
'건축가의 시선 > 독일에서 건축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12. Wettbewerbe Aktuell(WA) 잡지에 실리다. (2) | 2019.07.19 |
---|---|
[건축]#11. 학교+유치원 건축 프로젝트 마감 후기 (12) | 2019.07.02 |
[건축]#9. 혼자서 프로젝트 마무리하기 (2) | 2019.05.22 |
[건축]#8. 혼자서 프로젝트 진행하기 (2) | 2019.05.12 |
[건축]#7.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고. 네번째 프로젝트 마무리. (2) | 2019.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