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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

[건축]#10. 공모 결과 발표 ; Endlich !

by 도이치아재 2019. 5. 29.

한국이나 독일이나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은건 매 한가지다. 이번 주 월요일도 여느 월요일과 같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9시쯤 회사에 도착하니, 동료 직원 한명이 나를 이상하리만큼 빤히 쳐다보았다. 아주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굿텐 모르겐" 하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3주 뒤에 또 마감을 해야하는 다음 현상설계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일을 해나가야 한다. 흑흑 ㅜㅜ.

사실 그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봤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 짐작하고 있었다. 바로 2주전 제출한 공모결과에 대한 결정이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직원은 그 공모 결과가 궁금할꺼라고 상상하며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2등 축하해!"
"결과 나왔어?"
"응, 회사 이메일로 결과가 날라왔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쁘기도 했지만 그보다 허무함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게 뭔 소리가 싶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2등이면, 1등을 한 설계안과 막판까지 겨뤘던 설계안이라는 건데... 너무 아까웠다. 이대로 끝나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허무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동료들이 "2등"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 자리로 몰려들었다.

"진짜 2등이야? 대박!"

이메일로 받아든 심사평, 미처 생각치 못한 코멘트들이 있어서 다시 한번 생각들을 곱씹어볼 수 있었다.

25팀이 참가한 공모전에서 2등을 했다. 처음으로 눈에 드러나는 성과였다. 그것도 거의 혼자의 힘으로 말이다.

다음 달이면 입사한 지 9개월 차에 들어가는,
아직도 독일어로 어버버 대는,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적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혼자 작업한 설계안이 독일에서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갔다는게 나도 조금은 놀라웠다.

이 공모전에서 2등을 했으니, 회사는 내 1년치 연봉정도 되는 금액을 상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음, 이 정도면 AIP(Architekt im Praktikum ; 한국으로 치면 신입사원 정도되는...) 역할은 이미 하고도 넘친 것 아닌가? ㅎㅎㅎ

다음 연봉협상을 기대해보장.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