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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까지 아주 급한 프로젝트를 마감하느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바빴다.(한국에서 일하는건지 독일에서 일하는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이번에 끝마친 프로젝트 역시 공모전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늘 아쉬운 건 '시간과 사람'이다. 이 두 가지는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늘 부족하다. 일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간이 늘 부족하고, 인력 관리 또한 되지 않아 사람 역시 언제나 부족하다.

어떻게 마감을 3주 앞두고 공모전을 시작할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지만, 월급쟁이 입장이니 까라면 까야지... 공모전 마감을 3주 앞두고 스타트 한것도 기가찬데, 규모도 오지게 크다. 더군다나 이 생각없는 팀장이 계속 나의 팀장이라면.... 흠...

언제나 그렇듯, 우리 젠장맞은 팀장은 일이 닥치지 않으면 뭘 하질 않는다. 팀장이라는 직급자체가 일반 사원급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미리 대비를 해야하는 직책인데 이 사람은 짬밥을 어디로 먹었는지 일하는 수준은 가끔 외국인인 나보다 아래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팀장(님)! 너도 알겠지만, 우리 마감은 3주 후고 1주일 뒤엔 K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나 혼자 모든걸 할 순 없어."

"응. 나도 알고 있어."

"사람은 무조건 더 필요하고, 최대한 빨리 아이디어도 정리해야 할 것 같아."

"그것에 대해선 다른 팀장들과 회의가 필요해."

"음... (아직 그에 대한 대책도 없다는 말이지...?) 그래. 알았어.(반 포기)"

이 젠장맞은 팀장은 항상 이런식이다. 뭐 하나 자신있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디자인은 늘 결정이 안된채로 다시 돌고, 다시 돌고, 다시 돌아 결국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를 보다보다... 참지 못한 할아부지 사장이 결국 외부 인사를 투입했다. 새로 투입된 그는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있는 외부 건축가로 다른 회사들과 (특히)공모전을 협업하면서 커리어를 쌓는 건축가였다. 그가 업무에 투입이 되는 순간 일이 진행되어져 갔다.

'그래, 일을 이렇게 해야지!'

새로 투입된 프리랜서 건축가가 팀을 이끌어가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내면 팀장은 그대로 받아들이던가, 거절하던가, 수정을 요청을 했다. 그렇게 팀장과 협의해서 결정된 사항을 대표건축가와 다시 한번 협의를 해서 최종 결정했다. 팀장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대표건축가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바로 이거였다. 내가 원하던 팀장의 역할이라는게....

하나씩 하나씩 갈피가 잡혀가고, 결과물도 윤곽이 슬슬드러나기 시작한다.

중간점검

마감 4일 전, 새로운 팀장의 요청으로 다른 팀에서 지원인력들이 붙었다. 이것 또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인데,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동료들은 계획에도 없는 야근을 해야만 했다. 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질문할 때마다 내가 가서 설명해줘야만 했다. 결국 난 하루를 통째로 내 업무에 집중 할 수 없었다. 원래 팀을 맡았던 팀장이 일정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에휴.

모든 상황이 대략난감이었지만, 그나마 새로운 팀장과 일하는게 일할 맛이났다. 내가 새로운 팀장에게 뭔가 질문을 하면 언제나 수긍할만한 답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난 내 업무를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지, 또 그 다음엔 무엇을 해야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업무가 명확해진 것이다. 문제는 마감이 몇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일 야근이 이어졌고, 주말에도 밤 12시 넘도록 일해야만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마감은 잘 했다.

원래 우리팀을 이끌던 무능력한 팀장은 이제 같은 팀원임에도 불구하고, 마감 바로 전 이틀이나 휴가를 가시는 뻔뻔함의 극치를 찍었다. 하하. 그리고 마감 전날 오후에 돌아와서는 "힘내자!" 하며 초코과자 하나 던져주었다. 이건 뭐 회사에 암적인 답없는 존재... 하하. (그냥 새로온 프리랜서 건축가가 계속 팀장했으면 좋겠다... 곧 떠나긴 하겠지만...)

근데... 단순히 마감을 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공모전이라는 건, 당선이 되어야 가치가 있는거다. 이번 설계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과연 이 회사는 1등을 할 의지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10월에 공고가 난 공모전이었고, 질의응답 시간에도 참여했어야 했다.(우리 회사 말고, 나머지 경쟁사들은 모두 참여하여 궁금한 내용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분히 잘 준비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설계안을 제출할 수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아쉽다. 이번 달이면, 프로베자이트가 끝나서 회사와 나는 평생고용관계로 접어들지만... 글쎄,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과연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빨리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맞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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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냥 2019.02.14 17:24 신고

    글만 읽어봐도 ㅋㅋ 답답하실꺼같네요 ㅋㅋㅋ 팀장인지 적인지 ㅋㅋㅋ 글을 읽으면서 옜날 한국사무실 과장님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