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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공모전 판넬을(Pläne) 제출하고나면, 보통의 경우 판넬 제출 일주일 후 최종 마감 모델(Abgabemodell)까지 제출해야 비로소 공모전이 모두 마무리 된다. 공모전마다 판넬을 제출 후, 모형 제출일까지의 기간이 각각 다르지만 보통일주일 뒤가 모형제출 마감이다.

고로, 판넬을 제출했으면 이제 모형을 만들어 제출해야할 차례이다. 이것 역시 보통의 경우, 건축모형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Modellbauer)에 맡긴다. 그런데 이번 공모전의 경우, 제출기한이 조금 촉박하기도 했고 모형회사에서 기간 내에 못끝내줄 것 같다는 말에 결국 회사 내 누군가가 모형을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물론 그 누군가는 나다...)

팀장에게 물었다.

"모형회사에서 뭐래? 기간내에 완성된데?"
"아니, 시간이 없어서 재료 컷팅정도만 해줄 수 있데."
"잉? 그럼 우리가 직접 붙여야 하는거야?"
"그래야할 것 같아. 시간내에 끝낼 수 있겠어? Choi?"
"방법이 없네. 아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놀고있는 인력있으면 붙잡아줘."
"그래 그렇게 할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고, 응?"
"알겠어. 이거 바빠지겠네."

판넬을 제출해서 조금은 널널해질 줄 알았는데, 모형까지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니...ㅜㅜ

독일에서 공모전을 하다보면 특이한 점이 한가지 있다. 주최측에서 공모전 참가자들에게 주변모형(Umgebungsmodell)을 직접 제작해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보내주면서 우리의 건물을 거기에 올려서 제출하라고 하기도 하고, 디자인된 건축모델(Einsatzmoell)만 만들어서 제출하라는 곳도 있다. 이번의 경우, 엄청나게 큰 주변모형을 보내서 거기 위에 우리의 건물을 추가로 작업해서 제출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주변모형이 석고로 만들어져있어서, 작업하는데 석고 조각상을 만드는 것마냥 예술작업(?) 비스무리 한걸 해야했다.

망치로 조심스레 대지를 절토해본다...

이 작업은 이전에 한번 경험해본 터라,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건물을 설계할 때, 등고선 작업을 정확히 해놨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작업은 진행되었다. 내가 계획한 설계대로 모형에 반영 하기만하면 된다.

변경된 등고선과 주변 모형 끝

모형회사에서 컷팅된 재료들이 도착하기 전, 모든 작업을 마치고 최종 건물 모형을 만들 준비를 했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주변모형작업이 일찍 끝나서 혼자서도 충분했다.

모형회사로부터 받은 컷팅된 재료들

컷팅된 재료들이 모형회사에서 도착했다. 이제 조립하면 된다. ㅜㅜ 

'우리 회사는 나한테 두배로 임금 올려줘야해.' 라는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돈다. 이번엔 모형회사가 해야할 일까지 하고 있으니 궁시렁 궁시렁 대며 조립했다. 우씨. 다음 연봉협상 때는 좀 높게 불러야겠다.

조립된 최종 건물모형

이렇게 최종 건물 모형이 모두 조립이 되고, 아까 작업한 주변 모형에 올려서 고정시키면 거의 모든 게 끝난다. 휴.

주변모형에 올려진 최종 설계 모형

이렇게 모형작업이 모두 마무리 되고, 최종 사진을 여러장 찍어둔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와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다. 설계안이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그 판단은 심사위원의 몫이다. 내 몫은 여기서 끝났다.

진짜 이별을 준비하는 단계

제출 모형을 박스에 담아 고이 포장한 후, 직접 제출을 완료했다. 이렇게 또 하나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다. 모형을 제출하고 회사에 돌아오니 팀장이 나를 붙잡아 두고 이야기 한다.

"Choi, 근데 사장님이 진짜 흥미로운 공모전이 하나 있다고 하는데..."
"그게 뭔데?"
"응, 수영장 공모전인데 문제는... 마감이 2주 후야..."
"(이게 말이야 방구야,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무 짧은데?"
"그렇지? 어쨌든, 난 니가 안하겠다고 하면 진행하지 않는다고 사장님한테 얘기할께. 내일까지 문자로 Yes or No로 알려줘"
"그래. 그럼 난 퇴근할께. 안녕? 내일 나 휴가인거 알지? ㅋㅋㅋㅋㅋ"

그리고는 다음날, 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할래. 2주는 너무 짧아. 다른거 하자 그냥..."

이렇게 혼자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마무리가 되었고, 또 다른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2주 후 마감인 프로젝트는 건너 뛰기로 했다.

그런데 나 언제까지 공모전해야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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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년 2019.05.26 04:32

    본인은 건축이 아닌 공학을 하고 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결국 공학이라는 응용과학의 틀내에서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 잘보고 있습니다. 저도 해외(유럽)에서 맨땅에 해딩하듯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길게 해 온 사람으로서 글을 읽으면서 상당히 관심이 많아지는군요. 꼭 장기적으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