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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

[건축]#11. 학교+유치원 건축 프로젝트 마감 후기

by 도이치아재 2019. 7. 2.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마무리했다. 기간은 3주...(도대체 왜 이렇게 짧게 공모전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3주 동안 공모전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수상에는 관계없이 제출에 의의를 둔다고 생각이 되어진다. 이번 공모전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이 사무실에서 작업한 그 어떤 공모전보다 힘들었다. 정말이지 마감 제출까지 버텼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오늘은 불평을 좀 써야겠다.

대부분의 공모전 작업기간은 1달에서 2달동안 진행이 된다. 공모전 요강이 공식적으로 뜨면, 뒤이어 질의응답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내 생각같아서는... 요강이 뜨자마자 누군가 한명은 간헐적으로라도 일을 시작해야 한다. 주최측에서 보내온 실별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주요과제인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질의응답을 할 수 있고, 디자인 방향도 어느정도 설정할 수 있다. 3주 동안의 작업은... 말 그대로 헤메다가 끝나는 것이다.

공모전을 마감하면, 회사 게시판에 이렇게 붙여놓는다. 왼쪽 위, 지난번 2등을 한 패널도 보인다.

지난 공모전에서 2등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 때 나는 7주라는 기간동안 고민하고, 생각하고, 질의응답도 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디자인 방향을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을 발전시켜 구체적인 디자인안을 뽑아낼 수 있었다. 당시에 내가 진행했던 공모전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내 아이디어를 방해받지 않고 발전시켜 나갔다. 그 때의 분위기는 외국인인 내가 진행하는 첫 프로젝트이기도 했고... 주변에서 거는 기대 또한 없었다. 부담없이 일할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2등이었다. 내가 틀린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틀렸었다.

이번엔 정말 혼돈의 시간이었다. 지난 번 공모전에서 2등을 해서였을까? 나의 팀장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1등을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고, 심지어 다른 팀장까지와서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표건축가가 와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쏟는다.

'이러면 우리 팀장이 결정을 못하는데....ㅋㅋㅋㅋ 망했다...'

역시나 팀장은 여러 컨셉들 속에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고,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조언을 구할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나왔고, 감당도 못할 아이디어 홍수속에 있는 그녀를 보며, '망했다'를 수십번도 넘게 외쳤다. 그녀는 자신과 나를 믿지 못했고, 프로젝트에 대해 10여분 정도 설명을 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오히려 더 귀를 귀울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더 잘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니... 망했지 뭐.

지난번 2등을 한 공모전이 팀장 스스로 해냈다고 생각하는건지...(정말 한것도 없으면서) 평소의 팀장답지 않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굉장히 적극적이었지만... 그 수준은 아주 떨어졌다. 컨셉은 없었고, 주 출입구마저 잘못된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아무래도 그녀의 건축관은 나와 많이 다른 것 같다. 고민해야할 것은 고민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건 굉장히 고민하였다. 이쯤되니... 그녀가 졸업한 다름슈타트 대학의 교과과정이 심히 의심이 든다. -_-? (얘만 그럴꺼야... 다름슈타트 대학은 좋은대학이니까...)

"근데 주출입구를 이쪽으로 두는 건 좀 좋진 않은것 같아..." 내가 말했다.
"왜? 학생들이 버스타고 이쪽으로 오잖아?"
"그건 맞지만, 그 쪽길은 뒷길이잖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쪽으로 걸어오잖아...?"
"음...." 팀장은 생각에 잠겼다.

아!!!!!!!!!!!!!!!!!!!!!!!!!!!!!!!!!!!!!!!!!!!!! 답답하다. 아니 이걸 생각해야 하나? 정상적인 건축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배치도만 봐도 주출입구를 대충 어느쪽에 둘지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팀장을 바꿀 수 없을까? ㅜㅜ 그래도 뭐... 어쩌다보니 주 출입구는 내가 말한 곳으로 다시 계획되었다.

여차저차 대충 건물 모양이 시간에 쫓겨 정해지고 있을 때즈음... 뒤돌아보니 마감은 주말 포함하여 5일 남아있었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지경으로 만든 팀장이 미웠고, 가족에겐 미안했다.

"이렇게 계속 컨셉만 찾다가 제출 못하겠어. 적어도 오늘 안으로 결정해야해."
"나도 알고있어...이번 공모전 완전히 젠장맞을 공모전이네. 과제가 너무 어렵잖아."
"(이제와서 과제탓을 하면 어쩌라는겨....) 이걸로 정한거지? 일단 니가 낸 아이디어로 발전시킬게. 도면이라도 먼저 그리고 있을테니까 조금이따가 와서 봐봐."

초기단계에서 완벽한 컨셉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벽한 것은 없다. 이 단계에서 모든 컨셉은 장점과 단점을 갖고있다. 대지에 가장 알맞는 컨셉을 정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계획단계에서의 디자인이다. 하지만, 팀장은 완벽한 컨셉을 원했다. 왜그르는거야 증말. 파트너 맞어? ㅜㅜ

그렇게 또 수정되고, 또 수정되고, 또 수정되고... 이미 수상은 물건너갔고, 온통 마감만 하자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번 공모전의 핵심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서의 학교를 건축하는 것이었다. 팀장이 낸 아이디어는 그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긴 벽을 세워 학교와 외부의 경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도록, 여기에 이렇게 긴 벽으로 여기를 막자."
"(영혼없이) 그래, 그렇게하자."

말해뭐해. 주최측이 원하는 학교의 공공성은 저리 치워두고, 자기 생각에만 이끌려 제출할꺼라면 그래....그렇게 하자. 더 이상 회의하고 뭐할 시간이 정말이지 없다. 모든 도면과 서류 등을 4일안에 완성시켜야한다. 마감을 4일 남겨두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일을 했고, 때론 새벽 3~4시까지 일해야 했다.

시간이 너무 없었는지, 팀장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빠, 나 텍스트 작성할 시간이 없는데... 텍스트 좀 써주세요."

그렇게 그녀는 판넬에 들어갈 텍스트를 자기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녀의 아빠랑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일했다. 통화를 마치고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Mein Vater ist sehr nett. 우리 아빠 엄청 친절하지?"

'야... 나같으면, 그렇게 전화로 회의하면서 텍스트를 부탁할 시간에... 그냥 내가 적겠다. 임마.'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인지. 이런 사람이 회사 파트너라니.... 하...... 젠장, 그렇게 마감을 했다.

이번에 제출한 5장의 패넬

마감 퀄리티는 언듯보면 괜찮아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뜯어보면 엉터리 투성이다. 공모전이 끝나고, 그 다음주는 하루만 출근하고 모두 휴가를 보냈다. 이젠 나이가 먹었는지 영... 피로가 늦게 풀렸다. 다음엔 제발 이렇게 일하지 말자. 이게 뭐니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