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회사에서 현상설계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음, 그러니까 건축설계 과정을 전체로 볼 때, '건축계획'(건물의 외관, 콘셉트, 디자인, 면적, 아주 개략적인 공사비 등)에 해당하는 단계의 일들을 하고 있고, 이번에 마감한 프로젝트부터 혼자서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점이라면, 콘셉트 단계에서 아이디어들을 독일어로 설명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이미지들을 만들어가서 보여줘야 한다. 가끔은 철학적인, 가끔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내 독일어 수준은 딱 회화(?) 정도의 수준인지라....ㅜㅜ
각설하고, 이번 공모 대상은 Bodensee 라는 아주 멋진 호수 옆에 위치한 Pflegeheim(요양원)이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해야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편했다.
일단 팀원들을 챙길 필요도 없고,
(내가 볼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들어줄 필요도 없고, 따로
업무를 분담할 필요도 없고,
내가 업무계획을 짜서, 집에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
또 이번 프로젝트는 내 방식으로 업무를 해나갔다. 하나 여기 회사의 업무방식과 다른 것이 있다면, 대안 선정 시 이번부터 스터디 모형을 적극 활용했다.(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전까지는 (말도 안 되게...) 대지 안에 건물체적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만 이용했었다. 스터디 모델은 스터디 모델답게 이용해야지... 으이그... 덕분에 건물의 형태를 무사히 결정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략 7주 정도 진행을 했고, 마감일 전 이틀 정도 다른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팀장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도만 체크했고, 콘셉트 단계부터 계획까지 모두 스스로 진행한 점이 스스로의 성과라면 성과인 것 같다.(이후 당선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혼자서 끝까지 할 수 있었지만, 제출 마지막 시간까지 변경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다. (도대체 왜 마지막까지 변경을 하는지... 도저히 납득을 할 순 없지만... 이건 정말 문제다.)
요양원에는 약 300명의 식사를 책임질 주방이 포함되어있고, 규모도 작진 않다. 그런데... 도대체 왜 마감날 아침... 주방설계 전문가를 초빙하여 모든 주방 평면을 고쳐야 하는 것이며, 코어(엘리베이터와 계단)가 변경되어야 하는 건지 정말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다. 코어변경은 모든 층에 영향을 주는 너무 큰 변경 사항이기에 팀장에게 말해서 그대로 놔두는 걸로 합의했다.
팀장이 얘기했다.
"사람들이 입구로 들어오면 계단으로 바로 진입할 수가 없으니, 엘레베이터 하나를 없애서 바로 진입할 수 있게 하자."
"헉. 진심임? 내 생각엔 그냥 여기 벽만 터주면 될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를 하나 없애면 윗층에도 없어진 엘레베이터 면적이 애매해지고, 주출입구엔 적어도 2개의 엘리베이터는 있어야 해."
막판에 설계변경을 하는 건, 사장님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왜 너까지 그러니... 마감할 시간도 없는데, 회의를 언제하고 있니... 참... 답답한 노릇이군.
팀장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차지 않았는지 다른 팀장을 불러왔다.
"내 생각은 이렇고, Choi 생각은 이런데 너 생각은 어때?"
"그냥 벽만 터주면 되겠는데? 입구에 엘리베이터는 무조건 2개는 있어야 해. 이 정도 되는 규모에 주출입구 쪽 엘리베이터가 하나밖에 없으면 카오스가 될껄."
"결정!"
-_- 결정할 일도 아닌 걸 결정하고 앉아있다.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풍이 몰아치듯 이번 설계 프로젝트도 끝났다. 다음 주는 내내 제출할 모형에 달라붙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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