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독일어로 학교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언어에 대한 걱정은 많이 덜었다. 그보다는 현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과의 관계나 학교 교과과정,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독서를 하기도 하는데, 얼마전까지는 한국 책만 읽었었다. (그렇다고 책만 읽는 건 아니고, 유튜브도 하고 게임도 하고 축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독서는 여러 활동 중 하나일 뿐이다) 아무래도 독일어로 된 책을 읽는 게 한국어보다는 불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와이프가 산책나간 김에 도서관에서 독일어 책 몇 권을 빌려왔는데... 그 중 독일 만화책 하나에 꽂혔는지... 꽤나 집중력있게 읽어내려갔다. 이런 첫째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독일어가 많이 늘긴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이 책을 밥먹고나서 읽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읽기도 하고, 심지어는 학교에 가져가서도 읽었다. 재밌었나보다. 다 읽고난 후에는 학교 친구들 중 한 아이와 책을 바꿔서 읽기도하고 그랬단다... 줄거리를 살짝 물어보니, 신나게 말해주는데... 이 녀석... 이해하면서 읽었구나... 라는 생각에 내심 대견스러웠다.
아직은 원어민처럼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독일어를 읽고, 말하고... 소통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여러 친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좀 처럼 없었는데, 얼마 전 아이 친구 생일파티에 함께 갔다가...
"Ich hab eine gute Idee !!"(나 좋은 생각이 있어!)
라고 말하면서 지 생각을 애들한테 제법 말하는 걸 보니 점점 더 (아직 울보지만) 듬직해진다. 아이도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천천히 해쳐나가는 걸 보니 참 고맙다. 이 모든 과정들은 이중언어 환경의 부모들과 아이들이 다 겪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첫째 신우는 언어발달이 또래에 비해 조금 느린 아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2년 조금 안되게 현지 유치원을 다녔음에도... 독일어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누가 다가오기 전까지 먼저 다가가지 않는 약간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아마도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아래는 우리 부부가 했던 고민과 노력의 일부이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라고 해서 대단하다거나...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앞서 말했듯, 해외에 사는 외국인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아이의 언어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우리 아이가 겪어온 과정에서 약간의 지표를 찾으셔서 걱정을 덜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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