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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아이의 독일어, 한달 간 폭풍성장의 비결!

by 도이치아재 2020. 10. 20.

요즘 독일의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다. 몇 일 전, 하루 6000명의 확진자 수를 돌파하더니, 7000명, 그리고 결국 8000명의 확진자가 하루만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등교는 평소와 같지만,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뭐 이런 얘기들은 잠시 차치하고, 독일 초등학교를 한달 조금 넘게 다닌 아이의 독일어 실력을 한번 돌아보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이민을 계획한 부모님들, 혹은 독일에 살고 있지만 독일어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 부모님들께 유용한 읽을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독일어와 관련해 우리 아이의 상황을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단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아이다. 그리고 독일 유치원을 2년 반을 다니며, 그 중 1년 간 일주일에 한번씩 로고패디(언어치료)를 병행했다. 집과 유치원이 거리가 멀어, 하원 후 유치원 친구들과 독일어를 쓰며 어울릴 기회가 매우 적었고, 집에서는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 앞서 말한 내용은 이곳의 한국인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학교 입학을 1년 앞두고 받은 발달 검사에서 독일어 유치원을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언어습득이 너무 느려 입학을 1년 미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아이의 내성적인 기질 또한 언어를 습득함에 있어 약간은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독일에 살지만, 유치원 말고는 독일어에 노출 되는 시간이 많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런 아이가 지난 한 달 간, 독일 초등학교를 다니고 난 후 독일어가 정말 폭풍성장했다. 원어민 아이들에 비해 당연히 부족하지만, 와이프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독일어를 습득해나가는 아이를 보며 요 몇일 깜짝 놀랐다. 특히 독일어 책을 시종일관 거부했던 아이가 독일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 정말 많이 놀랐다.

한달만에... 이렇게 빨리 독일어가 늘 수 있는건가?

아이가 이중언어 구사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 같다. 말하기, 쓰기, 그리고 독일어 책 읽기까지... 어떻게 단기간에 이렇게 빨리 늘 수가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 날은 아이 학교에서는 하루에 1명 씩 돌아가며 책을 읽는데, 아이 차례 때 잘 읽었다고 칭찬 받았다며 기뻐했다. 이 모습이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 없다. 1년 전 만해도 언어때문에 입학을 1년 미뤄야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던 부모로서는 감격 그 자체다.

몇 달 전만해도 독일어가 늘 걱정이었던 우리 첫째였는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이 참 기특하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렇게 아이 독일어가 폭풍 성장했는지에 조심스레 되짚어 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폭풍 성장의 열쇠는 학교에서의 한달이 아니었다. 입학 전, 아이 모르게 진행했던 독일어 물밑작업(?)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 같다. 그 물밑작업(?) 덕분에 아이는 독일어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독일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학교에서의 한달을 보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부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독일어 습득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독일어가 걱정이라면, 아래 3가지 물밑작업을 정말 추천드리고 싶다. 의지만 있다면 큰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내가 진행했던 물밑작업은 크게 3가지였다.

  • 독일어 알파벳 카드로 소리 익숙해지기
  • 간단한 독일어 책 읽기
  • (가장 중요한) 부모가 실천하기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유치원이 3달~4달 정도 문을 닫았던 적이 있다. 마침 나도 그 때 육아휴직 중이어서 아이와 함께 한 달간 독일어 소리와 단어들을 조합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곧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독일어를 쓰지 않는 집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건 독일어 습득에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식사를 하고, 10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 아이와 놀이를 가장한 학습을 진행했다. 한달이 끝나갈 무렵엔 이 놀이가 30분을 넘어 1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아마도 그 때 아이는 '알파벳은 각각의 소리를 갖고 있구나' 정도만 어렴풋이 알았을 것이다. 아래에 아이 독일어 습득을 위해 했던 고민과 실제로 진행했던 카드놀이 글을 링크를 걸어두었다.

deutschaj.com/297

 

[단상]#35. 독일 이민가정 아이의 현지언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독일에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항상 나의 독일어가 참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정말 꾸준히 공부하면, 과연 언젠가는 한국말처럼 아니 한국말의 반만큼이나 편하게 쓸 수 있을까... 라

deutschaj.com

deutschaj.com/304

 

[단상]#37. 아이와 독일어 읽기연습, 한달과정

https://deutschaj.com/297 [단상]#35. 독일 이민가정 아이의 현지언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독일에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항상 나의 독일어가 참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정말 꾸준

deutschaj.com

아이가 어느 정도 알파벳에 익숙해졌을 때 즈음,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18개월짜리 아기가 보는 책 하나를 함께 골랐다. 매 쪽 간단하게 한 문장씩 적힌 책이었다. 한글책은 즐겨 읽었지만, 독일어 책은 늘 거부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처음엔 역시나 거부를 했었다. 하지만 반복의 힘이랄까. 매일 한쪽, 한문장씩 읽는 것을 반복했더니 아이 스스로 간단한 책 한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글자를 보고 읽는다고 말한다기 보다는 아빠가 읽었던 독일어 소리를 외워서 대충 글자 모양만보고 내뱉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당시엔 각각의 알파벳을 보고 소리를 낼 순 있지만, 그 소리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단어를 소리내어 읽기엔 부족했던 시기였다. 실제로는 글자를 잘 읽지 못함에도 '독일어 책을 읽는다'는 경험은 독일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됐던 것 같다.

12유로 주고 산 첫번째 독일어 책

보통의 외국인 가정과 우리가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우리는 엄마와 아빠가 독일어를 (완벽하진 않아도)구사할 줄 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잘은 못해도 독일어 하는 모습과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연스레 보여주려고 지금도 노력한다. 아니, 독일에 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독일어 공부에 가장 열을 올렸던 3년 전, 지금도 그리 다르진 않다.

내가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아이에게 당당히 독일어 대해 말할 수 있다. 그것을 넘어 부모가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학교에서, 배움에서,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옆에서 부모가 독일어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을 평소에 접한다면, 무의식적으로라도 독일에 살며 독일어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가 함께 동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부모도 함께 실천해야한다.

되돌아 보니, 위의 세가지 물밑작업(?)과 학교교육이 만나 아이의 독일어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독일어를 배우기 전 몰래 물밑작업(?)을 진행한 시간만해도 8개월이나 된다. 아이에게 독일어에 대한 흥미만 좀 심어주자고 시작했던 물밑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성과가 확연히 드러나니 내심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와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끼며, 부모로서 또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의 언어 발달과정을 계속 기록을 하려고 한다. 3달 후, 6달 후, 1년 후, 3년 후... 언젠가 원어민 정도 수준에 이르기 까지... 앞으로의 과정이 벌써부터 너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