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블로그를 운영해오면서 지금까지 많은 문의메일을 받아왔고,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려왔습니다. 이민이라는 것이 삶 전체가 바뀔 수 있는 일이다보니, 무작정 할 수 있다는 희망섞인 말보다는 냉정한 답변을 드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이민가는 것이 누구나 꿈꾸는 천국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꿈에 부푼 이민이라면... 차라리 이메일 한통으로 상처를 받더라도... 타지에서 괜한 고생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 중에는 정말 잘 준비하셔서 정착에 성공하신 분들도 계시고, 실패를 인정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계십니다. 20대 젊은 사람들부터 40대, 50대 나이드신 분들까지... 블로그를 운영한 4년간 그분들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다보니, 저에게도 나름의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독일로 이민을 생각하신 분들이라면, 재미로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독일로 해외이직이 되셔서 오는 분들께는 해당이 되지 않으니, 감안하셔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민가기 제일 적당한 나이대는 언제일까요?
혈기와 열정이 왕성한 20대가 좋을까요?
사회생활도 경험해보고, 약간의 업무지식이 있는 30대가 좋을까요?
이미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40대가 좋을까요?
나이가 많을수록 이민이 실패 시 리스크가 올라가고, 정착할 수 있는 확률 또한 젊은 사람들에 비해 떨어집니다. 반대로 경제적인 여유는 40대가 많고, 젊을 수록 여유가 없겠죠. 연령별로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와 연결된 많은 사례 중 성공빈도를 보면 "젊은 사람일수록, 그리고 싱글일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집니다. 저와 블로그를 통해 연결된 20대~30대 초반 싱글 이민자들은 지금까지 거의 모두 정착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이민자들은 한 가정을 제외하곤 전부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제 경험상 확실히 나이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이대별 사고방식"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어느정도 되어있지만, 이미 자신만의 방식이 고착된 40대 이상의 경우 그것을 버리기가 매우 힘들어보였습니다. 젊을 수록... 모르는 것,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나이가 어느정도 무르익으면 내가 익숙한 것과 아는 것만을 하려는 성향이 짙어집니다.
모든 이민자들에게 새로운 것이 바로 독일어입니다. 젊은 이민자들은 독일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목표가 뚜렷합니다. 대부분 대학입학 혹은 대학원입학을 위한 독일어를 달성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달립니다. 가끔 집중력이 떨어져 방황할 때도 있지만, 그 목표는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40대의 경우, 독일어에 대한 목표가 불분명합니다. 애초에 대학원 입학보다는 취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쯤되면 될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항상 발목을 잡습니다. 그래서 저는 40대라 하더라도, 대학원 입학을 목표로 독일어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독일에 사는 이상 독일어를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편이 낫고, 최악의 상황에서 독어시험 합격증이 있으면 "대학원 입학"을 통한 비자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이든 이민자들 10명 중 9명은 매일매일 하루 4시간 동안의 인텐시브 수업을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표면적인 이유는 학원비용이지만, 실제로는 공부할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단언코 말씀드릴 수 있는데... 그런분들은 독일이민을 오시면 안됩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으셔야 합니다.
40대-50대 이민자들은 한국인 사이의 관계와 남의 눈을 더 신경씁니다. 그래서 저는 정착초기에 한인교회를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한인교회에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정착하신 분들이 오십니다. 아직 한치앞 미래도 불안한 내 상황과 안정적인 그들의 상황이 비교가 될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자격지심으로 나타나고,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주면서 신세한탄을 하게 되지요. 한국으로 돌아간 대부분의 40대 가정이 겪는 일반적인 일입니다. 한인교회를 나가고 싶다면 안정적으로 정착이 된 다음 나가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면 독일어도 늘릴 겸, 독일 교회를 가세요.
또한 40대-50대 이민자들은 내 힘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보다는... 남의 도움을 받아 뭔가를 함께 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30대인 제가 20대와 40대 이민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야기의 방향은... 20대의 경우 "제가 경험한 것은..." 를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반면, 40대 이민자 분들과의 대화는 "내가 누구 누구 아는데..." 와 같은 남들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이는 정착에 성공했든 못했든... 제가 겪은 40대 이상의 이민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고, 저조차도 점점 그렇게 되어감을 이따금 느낍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ㅎㅎ)
이 글은 20대, 30대는 맞고 40대는 틀리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람은 이러한 성향으로 변해가고, 그렇게 변해간다면 "이민"을 함에 있어서 불리해 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제 경험에 의한 통계에 따르면 이민에 가장 최적화된 나이는 20대~30대입니다. 하지만 40대라 하더라도 스스로 해쳐나갈 준비가 되어있고, 약간의 운만 따라와 준다면 정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차이는 딱 하나입니다. 나이탓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20대든, 30대든, 40대든 다 같은 이민 조건을 가진 성인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혹시나 이민을 준비하시는 40대 가정이 계시다면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젊은애들처럼 공부에 집중이 안돼...', '나이가 많아져서 체력이 떨어졌나...', '나이가 많아지니 열정이 예전같지 않아...' 같은 나이탓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집중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서든 집중해서 공부해야하고, 체력이 떨어졌으면 체력을 기르면 됩니다. 쓰고보니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 같습니다. 핑계를 대지 말고, 그냥 해야할 것을 하면 됩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해서 온 아이들도 해내는 것들입니다. 경험 많은 40대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부쩍 40대 가정의 이민 문의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민을 계획하신다면...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남들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독일어를 공부할 의지가 있는지 등등...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고, 섣부른 결정으로... 괜한 고생은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금 싸가지 없는 글처럼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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