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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단상]#37. 아이와 독일어 읽기연습, 한달과정

by 도이치아재 2020. 6. 10.

https://deutschaj.com/297

 

[단상]#35. 독일 이민가정 아이의 현지언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독일에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항상 나의 독일어가 참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정말 꾸준히 공부하면, 과연 언젠가는 한국말처럼 아니 한국말의 반만큼이나 편하게 쓸 수 있을까...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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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가정 아이의 현지언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라는 글을 쓰고 오늘로 정확히 28일이 흘렀다. 저 글을 쓴 날, 아이와 나는 본격적으로 독일어 읽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내가 생각한 학습목표는 알파벳에 따른 소리에 익숙해지기, 알파벳을 보고 소리를 내어보기, 소리를 듣고 (틀리던 말던) 단어를 만들어보기,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었다.

오늘로서 아이와 나는 28일간 하루도 안빠지고 독일어 읽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다. 끝마치고 나서 아이와 나는 계획한 것을 이뤘다는 생각에 하이파이브를 정말 기쁘게 했다. 아이가 '계획-실행-성취' 이 과정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좋겠다. 학습을 가장한 이 놀이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30~40분동안 진행을 했던 것 같다. 40분까지 이어지는 날은 학습을 했다기보다는 아이의 장난을 고스란히 다 받아주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인내심을 가져야했다. 몇 번은 아이가 집중을 잘 하지 못해 "오늘은 그만하자" 라는 말을 한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고맙게도 아이가 "아빠, 포기하면 지는거야" 라고 해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ㅎㅎㅎㅎ 참내...

아이에게는 '글자공부'라는 표현보다는 '글자놀이'를 하자고 했고, 앉아있는 동안에도 장난과 학습, 놀이의 애매한 경계위에서 이루어졌다. 이 놀이는 아침을 먹은 후 매일 일정한 시간에 시작했다. 놀이가 시작되면, 그 전에 배웠던 알파벳의 소리와 단어들을 다시 반복했다. 하루하루 지날 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보다, 오히려 복습을 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때도 있었다. 이 때쯤, 아이에게 조금 기특함을 느꼈는데... 한 10일차쯤 되니 자기가 아는 게 많아졌다고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복습을 스스로 주도해서 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는 복습할 때 아이가 선생님 역할을 했고, 나는 아이가 말하는 글자를 따라하는 학생 역할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아이는 A,B,C,D....X,Z 를 아,베,체,데....익스,체트 라고 알파벳 자체만 읽을 줄은 알았다. D가 ㄷ 소리가 난다거나 K가 ㅋ 소리가 난다는 개념은 전혀 잡혀있지 않았다. 연필을 쥐어주고 쓰라고 하면,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것 같아 학습기간 동안 쓰기는 지양하였다. 대신 알파벳 카드를 만들어 카드놀이의 형태로 진행하였다. 알파벳 카드놀이는 자음 P를 배울 때 그 재미가 폭발했는데,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주로쓰는 파파 PAPA(아빠), 포포 POPO(엉덩이), 피피 PIPI(오줌) 등의 단어들이 나오면서 부터였다. 

손수만든 알파벳 카드

전체적인 학습의 방향은 아래 사이트와 동일하게 진행하였다. 총 24개의 Lektion으로 구성되어있으나, 마지막 24번째 Lektion은 CH가 합쳐서 '히' 소리가 나고, SCH가 합쳐져 '쉬', EI가 '아이' 소리가 나는 등 변칙으로 소리나는 내용이라 아이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었다. 해서 1과를 4일로 나누어서 진행했다.

https://www.alle-lernen-les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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Über 41 Jahre habe ich vor allem an der Grundschule Weilmünster unterrichtet. Nach meiner Pensionierung war ich weitere 10 Jahre Pädagogischer Beg/Leiter der privaten Grundschule Erasmus Offenbach. Dazu entwickle, schreibe, gestalte und publiziere ich W

www.alle-lernen-lesen.de

이전 글에서도 위 사이트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영상은 허접하지만 정말 잘 구성된 커리큘럼으로 짜여져있다. 아이들이 독일어를 어떻게 소리내서 읽을 것인지 매우 잘 설명이 되어있다. 정말 따따봉 강추한다.

매일 꾸준히 했고, 매일 복습을 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독일어 단어를 완벽히 읽지는 못한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함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1도 없었다. 대신 독일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은 이전보다 훨씬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길거리에서 자기가 읽을 수 있는 글자만 나와도 요즘 자신감이 만땅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와 함께한 28일간의 프로젝트는 엄청난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