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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항상 나의 독일어가 참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정말 꾸준히 공부하면, 과연 언젠가는 한국말처럼 아니 한국말의 반만큼이나 편하게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자꾸 든다. 매일 보는 독일어 책에는 수두룩 빽빽 모르는 단어와 표현들이 쏟아진다. 한가지 언어를 마스터(?) 한다는 게 과연 가능이나 할까?

이따금 한국에서 안부 차 물어오는 지인들의 부러움 섞인 말 중 하나는 아이가 언어(독일어, 한국어, 영어)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에 관한 것이다. 단연컨데 이건 정말 쉽지 않다. "아이들은 언어를 놀면서 배우니까 금방 배워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잘하게 되있어요." 라는 말들이 너무도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이라는 책을 읽고나니 이중언어(두가지의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수준)를 쓴다는 게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의하면 이중언어(우리 아이의 경우, 한국어와 독일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긴 고행과도 같다. 이 책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중언어 케이스가 나온다. 자라온 환경, 다문화 가정, 또 부모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아이들은 천천히 이중언어를 구사자로 성장한다. 책에서 소개된 이중언어 구사자들의 케이스가 모두 다르지만, 공통되는 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부모이다.(참고로 이 책은 이중언어 구사자로 만들기 위한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중언어에 대한 연구들을 집대성해놓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이중언어를 끌고 가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이중언어 아이를 만든다고 한다. 부모의 관심없이 두가지 언어를 완벽히 구사한다는 것은 아이가 특별한 재능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깝다.

 

 

해외로 이민 온 모든 가정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아이도 똑같은 환경에 처해있다. 다른 아이들이 현지어를 구사하며 놀 때, 혼자 몸으로 온갖 괴상한 표정을 지어가며 놀고 있는 아이를 멀리서 지켜본 적이 있는가?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쩔 땐 비참하기 까지하다. 지금은 제법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 전까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젠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유치원 선생님들께 설명도 해준다. 모든 말을 문법에 맞춰 완벽히 구사하진 않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집 밖과 안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 1주일에 1-2회씩 1년동안 언어치료과정을 통해 독일어 발음, 혀의 근육 운동, 사물관련 전치사 및 조동사를 활용하는 문장을 내뱉는 연습을 많이 했다. 또 집에서는 그림카드를 이용해, 놀이형태로 명사를 습득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와이프와 나는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아이가 유치원에서 쓸법한 문장들은 한국어로 한번, 독일어로 한번씩 사용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아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언어가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언어가 자연스럽게 습득된다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아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체득되어지는 게 결코 아닌 것 같다. 아이가 말도 안통하는 낯선 환경에 혼자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고, 그 속에 스트레스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어떻게 표출되고 나타나는 지 부모가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언젠가 100% 낯선 언어로 소통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민 1.5세대 교포들이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보면 그렇다.

하지만 미시적인 관점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진다. '그냥 놔두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독일어를 할텐데 유난떤다' 라는 생각을 슬쩍 내비친 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마치 극성맞은 헬리콥터 아빠로 치부되는 순간이 꽤나 불쾌했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아이가 현지언어(독일어)로 소통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가 아니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아이의 독일어 구사의 여부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언어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까지의 과정에서 아이가 겪게 되는 소외감, 불안감, 수치심, 부끄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 자존감의 상실이 앞으로 만들어질 아이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 아이가 참여하게 될 학교수업과 수업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칠것이고, 학교에 입학한 이상 학교라는 울타리는 아이의 생활 그 자체가 된다. 우리 첫째 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적응하고 받아들이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번 그 환경에 적응을 하면 자신감있게 나서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으면 보살펴 주기도 하는 그런 마음 따듯한 아이다. 그래서 난 학교 입학을 앞둔 우리 첫째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또 어떻게 하면 독일어라는 언어적인 한계에서 빨리 헤어나올 수 있을지, 또 그 속에서 만나는 어려움들로부터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등등 말이다.

외국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주제에 대해 한번 쯤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언어학습을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로 치부해버리면 그건 부모로서 방관이 될 수 있다. 말도 안통하는 외국어가 익숙해 지기 전까지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모른척 한다면 야박한 부모가 되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부모 역시 독일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할 줄 알아야한다.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독일에서 아이-부모-학교선생님을 연결시키는 것은 영어도 아닌, 한국어도 아닌, 독일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이에게 엄마, 아빠도 이렇게 노력한다는 걸 자연스레 보여주면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럼 우리 부모님들 화이팅!

끝.

[부록] 독일에서 곧 학부모가 되실 엄마, 아빠들을 위해 홈페이지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https://www.alle-lernen-lesen.de/ 이 링크에서는 아이들이 독일어 읽는 법에 대해 다룬다. 홈페이지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알차게 구성되어있다. 매 영상들이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 정도로 구성이 되어있다. 알파벳을 소리 내는 법,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놨다. 아이에게 독일어 읽기를 어떻게 설명해줘야할까를 고민하다가 찾은 영상인데,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영상은 허접하게 찍었지만, 그야말로 알짜배기다. 아이들을 위한 강좌이니만큼, 영상에 나오는 선생님의 발음 또한 쉽고 명확하게 (독일어로) 들린다. 독일어를 아예 못하는 부모님이라도 괜찮다. 크롬 구글 번역을 이용한다면 홈페이지에 작성된 독일어의 80% 이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공짜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교재 구입이 가능하다.(배송비 포함 7유로) 하지만 구입하지 않아도 연습장 하나 준비할 수 있다면 학습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어보인다. 추가로 알파벳 그림카드를 홈페이지에서 다운을 받을 수 있어, 아이와 독일어 글자를 만들면서 학습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본인도 이 알파벳 그림카드로 아이와 독일어 읽기를 얼마전에 시작하였다. 강추드린다. 왕따봉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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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allover 2020.05.27 04:13 신고

    저와 같은 주제로 다른 부분을 고민하셨군요. 저는 오히려 독일어보다 한국어를 걱정했습니다. 제가 고민했던 것의 골자는 아이가 청소년기쯤 가면 부모와 말이 안통하더라고요. 한국말을 듣고 말할 수 있는 2세들은 많이 있지만 정서적으로나 말의 뉘앙스 같은 것은 어려워 하는 것을 보고 고민이 시작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이치아재님의 글을 보면서 자녀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반성하고 갑니다ㅜ
    저희와 비슷한 상황이신 것 같아 더 집중하면서 봤습니다.
    여기야 말로 양질의 글이 많아서 자주 와서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