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오늘 이야기는 이민실패에 관한 글이다.
블로그나 이메일을 통해서 '한번 만나서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다.'라는 문의는 여러 번 있었지만... 당시엔 독일어 공부와 비자 문제로 누굴 만나서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었다. 독일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한 후에 만났던 첫번째 한국인 지인분이 계셨다. 아이를 데리고 독일이민을 오신 이 분의 상황이 우리와 너무나도 비슷했고, 같은 도시인 슈투트가르트로 거주지를 정해서 오신 터라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전 이민에 실패하여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3인 가족기준, 한달에 정말 정말 적게 잡아 집값만 1000유로(보통 1500유로). 1년이면 1만 2천유로. 2년이면 2만 4천유로. 2년동안 순수 집값만 한국돈으로 3000만원 가까이든다. 초반에 이것저것 필요한 것 사고, 생활비까지 합하면 1억은 우습게 깨질 수 있다. 1억을 1년 연봉으로 벌어들일 능력이 있으신 분들은 몇 년만 고생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정말 감당하기가 버거워진다. 금전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이민을 나와있는 동안 비어버린 커리어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정착이 잘 안풀릴 때 버텨서 해내는 것도 용기지만, 정말 안될 것 같을 때 귀국 결심을 하는 것도 용기다.
그래서 이민은 해외취업이 되서 오거나, 유학을 와서 현지에 취업을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만약 자본금과 사업아이템이 있다면 현지에 사업장을 차려서 거주허가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많은 자본금을 필요로 한다. 쥐뿔(직장, 유학)도 없는 상태로 독일에 정착하려면 방법은 독일어로 취업을 하는 것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주특기가 현지에서 반응이 괜찮은지 판단 해야한다. 이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이민은 시도하지 않는게 돈을 버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귀에 때려박아가며 말을 해도 못알아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민오면 정말 안된다. 삶 자체가 파탄난다. 이민이라는 것은 많은 돈, 시간과 더불어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실패로 돌아간다면 경제적, 정신적 타격은 너무나도 크다. 어쩌면 감당이 안될지도 모른다.
서두가 길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민에 실패한 그 가족을 옆에서 볼 때... 아주 많이 답답했다. 언어에 대한 생각이며, 육아에 대한 생각이며, 삶에 대한 태도며, 경제관념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생각들이 달랐다.
그 분들께 첫 만남부터 내가 정말 수도 없이 했던 말이 독일어였다. 맨땅에 헤딩부터 시작하셔야 했기 때문에, 독일어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독일어 공부를 해야한다는 의지 대신, 독일어를 당장 할 수 없는 핑계를 찾으셨다. 하........ 할말하않. 독일어 없이 독일에서 살 수 있다. 단, 영어로 원하는 포지션에 취업을 할 수 있을 때나 한국기업에 취업이 되었을 때가 그렇다. 그냥 맨땅에 헤딩이라면 독일에서 독일어를 해야지 무슨 배짱으로 지금까지 버티셨는지 싶다.
독일에 오자마자 한인교회부터 찾아나섰던 그 분들은... 독일어에 대한 열망도, 현지 사회에 동화될 의욕도,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 동기도 없었다. 이따금 만나거나 카톡으로 대화를 할 때면 늘 변명과 자기합리화, 주변 탓, 상황 탓하는 것이 전부였다. 독일어는 육아 때문에 못하고, 어학원은 돈 때문에 못다니고, 공부는 나이가 들어서 쉽지 않다고 말하고, 취업은 다 코로나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면... 도대체 여기 이민을 왜 왔나 싶었다. 만날 때마다 한국드라마를 밤새 봤다며 자랑삼아 이야기 하던 그 분들이 있어야 할 곳은 한국이 더 맞아보였다.
적어도 아이를 데리고 이민을 왔으면... 새벽이든 밤늦게든 해야만 하는 게 독일어고, 돈이 부족하면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어학비자 기간동안엔 어학원을 다녔어야 했다. 나이가 들어서 쉽지 않다고 말할 것 같으면 애초에 직장없이 독일로 이민을 나오면 안됐다. 40대 중반 어른의 입에서 나왔던 이 모든 말들이 나에겐 그저 무책임하고, 한심한 변명으로 밖엔 들리지 않았다. 내 인간관계엔 이런 부류의 사람은 정말 단 한명도 없었기에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적잖이 당황을 했고, 피붙이를 데려온 무책임한 부모에 화가 났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화가난다.
나의 이런 불편한 심경을 직접적으로 말을 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 분들 주위에는 나처럼 듣기싫은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는 그 분들께는 10살이나 어린 꼰대가 해대는 그저 듣기싫은 잔소리였을 것이다. 그 때 마다 항상 '네가 나의 업무 분야를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타이트하게 살지 않아서...' 같은 시덥지도 않은 변명들 뿐이었다. 하지만 난 그 분들이 그렇게 계속 행동한다면, 벌이는 없이 돈은 돈대로 다 쓰고... 이민에 실패해 한국으로 쫓겨나듯 돌아갈 것이 너무나도 선명히 보였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 것들을 흥분하면서까지 직설적으로 말씀드렸는데... 내가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연락도 뜸했다. 나야 그냥 신경끄고 살면 그만이지만, 그 쪽도 우리 아이만한 아이가 있지 않은가? 이민에 실패한다면 그 아이까지 감당해야할 일들이 생길것이 분명하기에... 신경을 끈다고 해도... 한구석에는 왠지모를 걱정이 있었다. 이민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의 괜한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흘러가는대로 사는거라며... 본인들보다 빡빡하게 산다며 핀잔을 주시던 그 분들은 결국 실패해서 빈손으로 돌아간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흘러가는 것 마냥 흔적없이 떠나려고 하셨는지...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도 내가 물어봐서 알았다. 마지막 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둘째 돌 준비로 미리 주문해놓은 백설기를 챙겨 드렸다. 그 분 입에서 '고맙다' 라는 말 한마디라도 나오길 바랬는데... 진심이 담긴 작별인사보단 끝까지 이민실패에 대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걸 보고... 역시나 싶었다.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후회가 많이 됐다.
고작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신경을 썼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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