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휴가가 끝나고, 일상과 업무로 복귀한 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이대로 일상에 묻혀 지나가 버리면 반짝이던 그 순간들이 지워질까 두려워, 작은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아두고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올여름 우리는 지중해와 맞닿은 프랑스 남부로 떠났다. ‘여름은 뜨겁게, 겨울은 차갑게’ 보내는 것이 우리 가족의 여행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여름은 푸른 바다와 함께, 겨울은 하얀 눈과 함께 채워가고 있다.


독일에 처음 왔던 30대 초중반의 나와 달리, 40대로 접어든 지금은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깊이 실감하곤 한다. 흘러가는 찰나에 더 온전히 머물고 싶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물질보다는 시간, 행복, 건강처럼 곁에 머물러 있는 값없는 것들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 해변은 고운 모래사장이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에 더없이 좋았다. 작년 크로아티아의 바다가 투명한 물빛과 바위의 매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프랑스의 해변은 자연 그대로의 파도와 모래를 만끽하기에 완벽했다. 아이들과 함께 패들보트도 타고, 모래사장에서 공놀이를 하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찬란했던 크로아티아의 여름
8월 초부터 중순까지 우리는 크로아티아에서 잊을 수 없는 휴가를 보냈다.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으면 만날 수 있는 Umag은 뜨거웠고, 경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캠핑장에 도착해 체크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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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첫째는 엄마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되었다. 이제 열두 살. 부쩍 자란 키 때문인지 가끔은 우리 부부도 녀석을 다 큰 어른처럼 대하며 다그칠 때가 있는데, 돌아서면 아직 엄마 아빠 품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곤 한다. (정말… 너무 빨리 큰다.)


이번 주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에게도 이번 휴가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휴가를 떠나기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바다에서 드디어 실컷 파도를 타고,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조개를 모았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벅찬 행복이 밀려온다. 손에 쥔 게 많지 않아도 삶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랄까. 만약 우리에게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벅참을 알 수 있었을까. 우리 부모님도 우리를 키우실 때 매일 이런 마음이셨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친다.


블로그에 글을 뜸하게 올렸던 시간 동안 좋은 일도, 버거운 일도, 믿기 힘든 일도 참 많았다.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거친 파도 속에서도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언제나 변함없는 행복과 안식처가 되어준다. 이 작은 존재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외에 무엇을 더 보태야 할지 모르겠다. ‘아름답다’는 말로 다 담을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함께 보낸 그 뜨거웠던 3주는 그저 아름다웠다.


이젠 제법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큰아들 덕분에, 오랜만에 우리 부부 둘만의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렌즈 너머로 엄마아빠의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는 우리는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 옆에있는 슬기는 꼭 대학생 때 처음 만났던 그 시절 모습 그대로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진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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