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
러닝이 이젠 내 삶에서 뗄 수 없는 취미가 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먼저 살이 빠지면서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체력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체력이 좋아지니 매 순간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욕이 솟았고, 삶에 긍정적인 결과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존감과 자신감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내가 못 가진 것에 집착하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매사에 감사해라"라는 말을 비로소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것, 이 모든 게 러닝 덕분이었다.
#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달리고 싶어도 못 달리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내가 이렇게 달리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시각장애인을 옆에서 안내하며 달리는 가이드 러너(Guide Runner)를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독일어 원어민도 아닌데 무슨 일이 발생하면 잘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고민만 깊어졌다. 그러다 시각장애인 러너를 위한 네트워크인 'Guidenetzwerk'를 알게 되었고, 용기를 내어 가이드 러너로 등록했다.
그리고 어제, 나의 첫 가이드 러닝이 있었다.
"빛을 1%도 느낄 수 없어요."
처음으로 만난 헤수스에게 조심스레 앞이 얼마나 보이는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가 보는 세상은 완전한 어둠이었고, 그는 그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내 눈으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달리는 순간을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는 5.8km를 함께 달렸다. 오르막과 내리막, 계단과 장애물, 바닥의 재질이 바뀔 때마다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의 손은 작은 밴드 하나로 엮인 채 같이 달렸다.


가이드 러너로 가기 전, 현지 러닝크루에 가서 '힙하게' 달릴지, 아니면 그 시간에 가이드 러닝을 하며 좀 더 '가치 있게' 보낼지 잠깐 고민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가이드 러너를 하길 참 잘했다는 확신이 든다. 그냥 가치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나간 자리였는데, 오히려 헤수스에게서 더 큰 배움을 얻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다음 주도 우리는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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