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가족은 슈투트가르트 마라톤 대회(Stuttgart-Lauf)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STT 러닝 크루원분들도 함께해 주셔서 훨씬 더 뜻깊고 든든한 대회가 되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마라톤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데요. 올해도 무려 18,000명이 넘는 러너들이 참가해 칸슈타트(Bad Cannstatt) 일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저희 가족은 막내부터 저까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 막내 신아의 홀로서기 (650m)
올해 우리 집 막내 신아는 엄마, 아빠 손을 잡지 않고 친구와 함께 출발선에 섰습니다. 650m가 아이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일 텐데, 쉬지 않고 씩씩하게 완주해 냈어요.


중간에 한번 쿵 넘어지는 바람에 깜짝 놀랐지만, 울지도 않고 끝까지 털고 일어나 달리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 평발과 통뼈를 이겨낸 첫째 신우 (2km)
첫째 신우는 학교 러닝팀 소속으로 참가했습니다. 친구들끼리 맞춰 입은 형광 초록색 유니폼이 아주 멋지더군요.

사실 신우는 평발에 통뼈, 그리고 또래보다 덩치가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편이라 달리기에 유리한 체형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훈련을 이어왔어요. 일주일에 3번씩, 3km에서 5km를 꾸준히 뛰었죠.
대회 전 저와 연습할 때 최고 기록이 3km 기준 5분 30초 페이스였습니다. 그때는 거친 숨을 내쉬며 너무 힘들다고 찡찡거리기도 했었는데요.
"아빠가 페이스 볼 수 있게 시계 빌려줄까?" "아니야, 괜찮아. 그냥 달리기에만 집중할래."
호기롭게 시계도 거절하고 달린 신우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2km를 9분 59초에 주파하며, 무려 평균 페이스 4분 59초를 기록했습니다. 자식의 성장은 늘 예상을 뛰어넘네요.
🏃♀️ 심리적 한계선을 깨뜨린 아내 슬기 (10km)
아내 슬기의 목표는 '10km 60분 언더(Sub-60)'였습니다. 이를 위해 저와 함께 정말 열심히 훈련해 왔습니다.
사실 대회 전까지는 연습 때도 한 번도 60분 벽을 깨본 적이 없었어요. 중간중간 페이스를 5분 중반대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아내에게 '5분대 페이스'는 넘기 힘든 심리적 한계선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습니다. 8km 지점까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잘 버티더니,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더군요.

결국 슬기는 59분이라는 멋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제가 다 가슴이 벅차고 뿌듯했습니다.
🏃♂️ 아쉬움이 남지만, 악으로 버틴 하프마라톤 (21.097km)
마지막으로 제 목표는 하프마라톤 1시간 30분대 완주였습니다. 지난겨울부터 매달 마일리지를 250km까지 늘려가며 정말 성실하게 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있는 5월이 되자마자 회사 업무가 폭탄처럼 쏟아졌습니다. 평소보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지내서인지, 대회 딱 2주를 남겨두고 허리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게다가 일주일 전에는 설상가상으로 감기까지 걸려 목이 붓고 코가 꽉 막힌 상태로 출발선에 서야 했습니다.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키로당 4분 20초~40초 페이스를 유지하며 순조롭게 나아갔죠. 하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해 호흡이 가빠지면서 8km 지점부터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꽤 잘 달리는 사람들이 모인 두 번째 그룹에서 출발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저를 추월해 가더군요. 머리로는 '더 잘 달릴 수 있는데' 싶으니 멘탈을 잡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 12km 지점: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가 저를 앞질러 갔습니다.
- 18km 지점: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마저 저를 지나쳐 갔습니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만큼은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때부터는 정말 악으로, 정신력으로 달렸습니다.
공식 기록은 1시간 44분. 작년 기록보다는 1분 단축했지만, 1년 동안 준비한 노력에 비하면 참 야속하고 실망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몸 상태만 온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레이스였습니다. 슈투트가르트 마라톤은 하프마라톤 코스가 가장 긴 코스인데, 언젠간 저도 풀마라톤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대회를 마치며
비록 제 레이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저 자신에게,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달려준 우리 아이들과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함께 땀 흘려 주신 STT 크루원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대회의 아쉬움은 잘 보약으로 삼아, 다음 레이스에서 멋지게 털어내 보겠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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