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겨지지 않지만 어느 덧 내 나이도 천천히 불혹에 접어들고 있다. 만 39세.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인데, 거울을 볼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 늘어난 눈가의 주름이 도드라진다.
잠깐 10년전으로 돌아가볼까. 와이프와 나는 대학교 굴레를 벗어나자마자 첫째 아이 신우를 만났다. 그 때 내 나이 만 29살, 와이프는 만 24살이었다. 석사논문이 끝날 무렵, 첫째 신우는 엄마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었다.
덕분에 아빠라는 꼬리표를 달고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은 경제활동을 하며, 하고싶은 것들을 마음껏 즐기는 하루하루였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도 정말 너무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삶은 무엇인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가야하는지 정말 너무나도 막막했던 때. 가진 게 없어도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고, 0부터 시작하겠다는 당연한 다짐으로 시작한 독일생활과 이곳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우리 둘째 신아.
첫째와 둘째를 외벌이로 키우느라, 지독하게 아끼고 아끼면서 지냈지만 이 놈의 돈들은 발이 달렸는지 나이지지 않는 상황을 버텨야내야만 했다. 재테크다 뭐다 하며 자산을 불려가는 주변 친구들 모습을 보며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지나고 보니, 그저 저마다의 삶의 속도가 다를 뿐이었다. 언젠가부터 달리고 달려도 제자리 인 것 같은 이런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우리 부부가 숨쉴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 돌보느라 그간 미뤄왔던 건강을 챙겼다. 체력이 좋아지니 에너지가 생기고, 의욕이 솟는다. 그 덕에 두 아이를 위해 정말 혼신의 힘으로 육아를 한 와이프도 미래를 위한 일을 시작했다.
김승호 회장은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버는 능력, 돈을 불리는 능력, 돈을 지키는 능력, 돈을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이프와 우스갯소리로 지독하게 아껴 살면서 돈을 지키는 능력과 쓰는 능력을 터득하지 않았냐고 말하곤 한다. 여기에 푼돈으로 틈틈히 투자 공부도 하니, 돈을 불리는 능력도 어느정도는 터득한 셈이다. 이제는 돈을 버는 능력만 장착하면 얼추 균형이 맞게 되지 않을까. 돈 버는 능력은 본격적으로 2025년에 집중해 볼 생각이다.
돌아보니 아이들 키우느라 제자리 걸음같았던 우리의 삶은 사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곧 나 자신을 키우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도 우리를 키워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2025년이다. 도전하고, 화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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