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생활기록/독일에서 검도하기

그 꼬마가 진짜 너 맞아?

by 도이치아재 2024. 9. 25.

어제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로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대략 4년 전 쯤, 독일에서 다시 검도를 시작했을 무렵... 슈투트가르트 도장에서 만났던 독일인 아빠와 아들이 있었다. 아빠는 키가 컸고, 아들이 그 때 10살인가 그랬을거다. 앳뗀 모습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빠와 아들이 검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서 정말 인상이 깊었었다. 완전 기초인 밀어걷기부터 둘이 함께 하는 모습이 어설프지만 아름다워 보였다. 나도, 그 아버지도 슈투트가르트 도장에서 운동한지 얼마되지 않은터라 입사 동기마냥 자주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 둘째가 태어났고, 다시 몇 년간 검도를 쉬게 되면서 그 부자지간과의 연은 거기서 끝이났다. 슈투트가르트 도장에도 나오질 않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몇 달 하고 그만 뒀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곤 내 기억 어딘가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Fellbach 코자키 선생님 도장에 수련을 하러 갔다가 그 부자를 다시 만난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 아빠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어딘가 많이 낯이 익다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계속 검도를 하는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코자키 선생님 도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기본 동작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에 담소를 잠깐 나눴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 근데 너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그 때보다는 살이 20kg정도 빠져서 그렇게 보일꺼야 ㅎㅎㅎ"
"근데 너 슈투트가르트 도장에서 아들도 같이 수련하지 않았어? 아들은 잘 있지?"
"걔가 얘 잖아"

잉? 바로 옆에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젊고 키 큰 친구가 그 때 10살배기 꼬마 아들이었던 것이다. 키는 나보다 컸고, 앳뗀 얼굴이 사라진 저 어른스러워 보이는 그 아이가 그 때 그 아이라고!? 오마이갓! 나는 완전 충격에 빠져버렸다. 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시간표가 바뀌면서 도장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이 부자는 검도를 해온 것이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자유대련이 시작됐다. 그 아버지가 먼저 대련을 하자고 들어왔다. 내 기억 속 초보자의 모습은 이제 없었다. 상단을 든 그 아버지와 10분 넘게 칼을 맞췄다. 대련이 끝나고 다음 아들이 들어왔다. 빠르고 힘이 느껴졌다. 어린이 죽도 조차 버거워 하던 내 기억 속 10살 꼬마는 이제 독일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자랐다. 독일 청소년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했고, 얼마전 스위스에서 열린 취리히 대회에서도 개인전 3등을 했단다.

출처 : www.sport-in-augsburg.de

정말 시간이 이렇게 빠를수가 있나... 아직도 무릎을 굽혀서 이 꼬마의 머리치기를 대주던 때가 생생한데, 못본사이에 이젠 삼촌보다 더 컸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독일 국가대표도 했으면 좋겠다 ! 삼촌이 응원할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