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한달에 한번씩 Württemberg주에서 검도를 하는 검도인이 모두 모여 훈련하는 합동연무가 있었다. 여기에 가면 평소에 만나지 못한 칼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게 검도를 하고 오곤한다. Württemberg주 대표로 있는 친구들도 이 훈련에 오기 때문에 더 좋다. 수련은 총 2시간인데 중급자 이상이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기술 훈련을 했다.
나는 기술훈련보다 김사범님께 배운대로 머리만 쳤다. 거리를 재다가 쑥 한발 들어가서 몸이 들어가서 칼끝에 힘이실리는 머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몸에 베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려니 왜이리 잘 안되냐.
이번 트레이닝에서는 상단과도 처음으로 칼을 맞춰봤다. BW주에서 상단을 쓰는 사람이 아주 드물어서 좀처럼 기회가 없었는데, 재밌을 것 같아 계고를 청했다. 몇 번 칼을 주고받으니, "쟤나 나나 답이 없는 건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움직이면서 타이밍을 뺐으려고 노력했고, 즐거운 한판을 마무리 지었다. 계고가 끝난 후 어땠는지 궁금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 움직임에 따른 상단의 심리가 궁금했는데, 흥미로운 피드백을 받았다.
휴식시간이 끝날 때 쯤, 슈투트가르트 옆동네인 Fellbach 코자키 센세가 오셨다. 독일에서 검도하면 코자키 센세 이름은 한번 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선생님이신데, 매번 선생님과의 수련이 어긋나다가 이번에 드디어 계고를 할 수 있었다. 지난 번 수련 때는 사람도 너무 많고, 선생님 앞으로 계고하려는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다 훈련이 끝나버렸다. 그 때 센세께서 내 갑을 툭툭치시면서 "초이상은 다음에 꼭 하자" 라고 하셨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내 차례가 되고, 계고에 들어갔다. 나이가 있으셔서 빠르지 않은데 왜 벽이 서있는 느낌이었는지. 고수들 앞에서면 왜이리 빈틈이 안보이고, 머리가 하얘지는지. 하면할수록 검도 참 어렵다.
센세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은채로 들어가면 죽도에 여지없이 찔린다. 어떻게 중심을 무너트리고 쳐야하나. 속이는 동작으로는 선생님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 죽도를 누르고 들어가보자. 눈치채셨는지 쉽게 피하신다.
그럼 다시 이번에는 손목머리 연타로 들어가보자. 손목을 치는 순간 머리가 날라온다. 죽도가 들리지 않으니 허리는 칠 수가 없다. 어딜쳐야 하나. 이것저것 다 시도해본다. 타이밍을 잡아서 치는 머리. 죽도 안쪽을 치고 타격하는 손목. 무엇을 시도할지 다 꿰뚫어보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머리를 보여주셔서 머리를 쳤다.
수련이 끝나고 인사를 드렸다. 꼭 원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셨다.
"오~ 초이상, 오늘 계고 아주 재밌었어요. 근데 하나 말하자면 센세와 계고를 할 때는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보다 본인이 가장 자신있는 칼을 내야 해요. 가장 자신있는 걸 센세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결국 또 나는 어떻게든 한대 치려고만 했던것이었다.
"초이상 아주 interessant해요. 우리 도장으로 언제든 오셔서 같이 훈련해요."
"아, 제가 가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언제든 와요."
그냥 배우고싶다고 다른 도장 소속이 타 도장에 가기가 참 애매하다. 수련비용도 그렇고, 아무래도 좀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코자키 센세의 초대는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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