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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독일에서 검도하기

우승 ! 2024 독일 야마시부 검도 대회

by 도이치아재 2024. 9. 11.

지난 토요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비스바덴에서 열린 검도 대회에 다녀왔다.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이 대회는 '야마시부(Yamashibu)'라는 이름의 나름 역사가 있는 대회다.

유급자부는 3-6급과 1-2급으로 나뉘어 있었고, 유단자부는 1-2단과 3단 이상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지난 텐구컵에서 1급을 취득해 1-2급 카테고리에 출전했다. 같은 카테고리에 출전한 사람 중에 뒤셀도르프 최강 유급자인 요나스도 있었다. 이 대회의 재미있는 점은 3-6급 카테고리에서 1, 2위를 한 선수들이 1-2급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2급 카테고리에서 1, 2위를 한 선수들도 유단자부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다. 즉, 3-6급 선수도 실력만 있다면 점차 상위 레벨로 올라가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요나스와 나는 서로의 검도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맞붙게 된다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우리가 중간에 만나지 않고 결승에서 맞붙는 것이었다. 조별 리그전이 끝나고 요나스와 나는 각각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불행히도 8강에서 서로 맞붙게 되었다. 입상을 노리던 둘 중 하나는 탈락하게 되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1-2급 개인전 토너먼트 8강전 / 요나스(백띠), 나(홍띠)

경기는 역시나 예상대로 어려웠다. 요나스는 나에게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는데, 그는 머리를 치기 직전의 찰나에 손목을 노리는 것이 주특기였다. 나는 주로 머리 공격을 많이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의 손목 공격을 두려워하며 경기를 했다. 머리를 칠 때도 손목을 맞을까 봐 주저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몇 차례 공방이 오갔고, 나는 그의 타이밍에 머리를 맞았지만 다행히 심판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어진 손목 공격도 매서웠지만, 다행히도 내 타이밍에 그의 손목이 보였고, 깃발이 올라가면서 1: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후 결승까지는 별다른 기억이 없다. 사실상 8강이 결승전 같은 경기였다.

경기 전에 김사범님께서 "포인트를 따고 나면 무리하지 말고 경기를 운영하는 것도 승리다"라고 하셨고, 조사범님께서는 "어설픈 손목 공격이 들어올 때 크게 들어서 머리를 치면 이긴다"고 조언해주셨다. 후자의 조언은 잘 지키지 못했지만, 다음번엔 더 잘해보려 한다.

유급자부에서 우승하면서 1-2단부 토너먼트에도 출전하게 되었다. 1-2단부는 조별리그 없이 바로 토너먼트로 진행되었고,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쉬는 시간 없이 경기를 연달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8강까지 올라갔고, 8강에서 이기면 수상권에 들 수 있었다. 상대는 여자 선수였는데, 상대를 얕잡아본 것이 큰 패인이었다. 그녀의 손목 공격에 한 점을 내줬고, 머리 공격으로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결국 다시 손목 공격으로 한 점을 내주며 경기가 끝났다.

돌이켜보면, 상대가 나보다 작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얕잡아본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의 중요성도 크게 배웠다. 비록 아쉽지만, 이런 경험이 검도의 매력인 것 같다.

단별 개인전이 끝나고 이어진 단체전은 검도 대회의 꽃이라 할 만했다. 나는 우리 팀 소속인 독일 국가대표 파비안과 김사범님을 모시고 'Kimchi und Wurst'라는 팀명으로 단체전에 참가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요나스와 한사범님, 그리고 일본인 이자와가 속한 'Soju Sawa' 팀이었다. 두 팀 모두 8강에 올랐고, 우리는 또다시 8강에서 그들과 맞붙었다. 내 상대는 다시 요나스였다. 개인전의 설욕을 노리는 듯한 그의 기세에 맞서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파비안과 김사범님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셔서 우리는 승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준결승에서 김사범님과 독일 국대 핀(Finn) 선수의 대결이었다. 빠른 스피드와 연타가 특기인 핀은 이번 세계대회에도 출전한 독일 차세대 에이스였다. 시작부터 빠른 머리 공격으로 김사범님께 달려들었지만, 김사범님은 이를 가볍게 받아넘기고 허리치기로 득점했다. 이후 핀의 연타 공격에도 전혀 밀리지 않으셨고, 다시 한 번 허리 공격으로 마무리하셨다. 이 경기를 보면서 검도는 단순히 힘과 스피드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 팀은 결승에서도 승리하여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결과도 좋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기에 더욱 값진 경험이었다. 김사범님, 조사범님, 요나스, 한사범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좋은 경험 많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