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가 없어!"
* 검도에서 세메란, 공방의 시작점에서 상대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무형의 기술
지난 주 코자키 선생님께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지금까지 코자키 선생님과 계고(자유대련) 후에 해주신 말씀은...
1. 타격이 약하다.
2. 선생님 혹은 고단자와 할 때는 나의 최선을 보여주어야 한다.
3. 세메가 없다.
첫번째 문제, 김사범께서도 같은 말씀을 해주신 적 있다. 내가 타격이 약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작은머리를 사시멘(찌르듯이 치는 머리)으로 치고 있었던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몸보다는 치려는 마음이 앞서 몸이 들어가지 못하고, 팔만 뻗어치려는 기존 내 습관도 고치기 위해 항상 염두해두고 수련 중이다. 검도를 안하는 날에는 집에서는 타격할 때 주로 쓰이는 전완근 운동과 스쿼트도 꾸준히 하고있다.
두번째 문제, 선생님께서 고단자와 할 때는 나의 최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게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선생님과의 계고도 숨이 턱까지 찰정도로 정말 내 최선을 다해서 한 것이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니 나로서는 앞으로 더 열심히해라 정도의 뉘앙스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지난 주 운동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을 때 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불러내셨다. 세메 없이 상대를 어떻게든 쳐서 이기려고만 하면 그런 검도는 거기까지일 뿐이라는 진지한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 뜻을 몰랐을 것이다.
아니, 나도 세메를 한다고 한건데 내가하는 게 세메가 아니었나? 도대체 세메가 뭐야? 부터 시작해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 최선을 보여준다는 게 뭔 말이야? 난 진짜 최선을 다했는데?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던질수록 의문만 커졌다. 도통 이해가 가지않아 옆에서 옷을 갈아입던 파비안에게 물었다.
"너는 선생님하고 계고할 때 어떻게 해?"
"그냥 최선을 다하지"
그건 나도 알지 임마. 나도 최선을 다한다고.
답답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안되겠다 싶어 김사범님께 연락을 드렸다. 김사범님의 설명을 듣고서... 그제서야 머릿속에 망치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애매하게만 들렸던 말씀들이 퍼즐조각처럼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와 나의 죽도 끝과 끝(선혁과 선혁)이 만난 상태부터 서로 겨누기 시작해서 중심싸움이 일어난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나도 상대도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공존하는 거리가 된다. 이렇게 수시로 변하는 거리와 공방속에서 둘 중 누군가는 상대의 움직임에 놀라서 중단이 무너지기도 하고,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느냐 내가 더 압박하느냐에 따라 거리를 벌리기도 하고 좁히기도 한다. 서로 간의 움직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공방이 일어나다가 비소로 기회가 생겼을 때 타격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격을 할 때까지의 과정, 기회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그 과정의 시작에는 세메(상대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무형의 기술)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 두번째와 세번째 문제는 하나의 문제였다. 나의 검도는 타격에 초점이 맞춰져있었고, 그 과정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 "최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최대한 상대를 동요시켜 중심을 무너뜨리고, 최선의 기회에 한칼을 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선생님이 보시기에 기회도 아니고, 중심이 무너지지도 않았는데 그냥 어떻게든 한대치려고 공격해오는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검도가 부끄러워졌다.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검도의 세계에 눈을 떴다. 갈길이 멀지만, 천천히 꾸준히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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