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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독일에서 검도하기

2024 독일 검도대회 Tengu Cup 후기

by 도이치아재 2024. 6. 4.

거의 반년만에 다시 대회를 다녀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꽤 규모가 큰 대회였다. 유급자부 개인전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으나, 아쉽게 3차전인 8강에서 1:0으로 져버려서 메달권 바로 앞에서 탈락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해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경기에 함께 참여한 요나스도 수상권에 들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 심판 판정에 대해 이런저런 할말이 참 많지만, 말해봐야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ㅜㅜ

2024 Tengu Cup 개인 1회전

 

2024 Tengu Cup 개인 2회전

 

2024 Tengu Cup 개인 3회전

경기가 끝나고 시상할 때, 아쉬운 마음으로 우승자부터 3위까지 축하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함께 참여한 요나스도 불렸다. 심판진들의 선정으로 Kampfgeist 상을 받았다. 한국말로 바꾸면 감투상이나 투지상같이 "졌잘싸" 느낌의 상인데... 그래도 어느정도 인정해주셔서 씁쓸한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둘 다 감투상 받고 아쉬움을 달래는 중 ㅜㅜ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Lich 대회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대회에서는 경기마다 너무 체력이 딸려서 숨이 꼴딱꼴딱 했는데, 이번 대회는 그러지 않았다. 숨은 찬데 더 할 수 있는 느낌이 든걸보니 예전에 비해 체력도 많이 올라온 것 같다. 그 동안 꾸준히 런닝과 하체 운동을 한게 효과를 보는 것인지, 머리를 치고 나가는 속도도 더 빨라진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여러 좋은 조언들도 많이 들었다. 평소에 수련할 때는 듣지 못했던 디테일한 보완점을 한국어로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제 도장으로 돌아가면 조언해주신 몇 가지에만 집중해서 수련하면 될 것 같다. 대회 끝나고 한국 검도인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검도 얘기만으로도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너무 재미있었다.

시합 다음 날에는 1급 심사 Prüfung이 있었다. 한국에서 보면 도장에서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치를 수 있는 시험이었을텐데, 우리 독일 도장은 사범님들의 단이 낮아서 도장자체에서 시험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치러야 한다. 시험이라고해서 어려운 것은 아닌데 급심사 치고는 한국보다 까다롭다. 죽도 조립, 연격(멘 기리카에시, 도 기리카에시), 손목받아 손목머리, 손목 스쳐 머리, 공격연습 등등 기본부터 기술적인 것까지 봐야했다. 마지막에는 지게이코(연습대련)도 했다. 나는 나름 독일에서 처음보는 시험이라 자유대련을 이 악물고 했는데, 평가하시는 선생님께서 다음에는 적당히 살살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조금 낯부끄러웠다. 괜히 오바했나싶다. 1급 심사는 9명이 봤고,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붙었다. 왠만하면 다 붙여주지... 안타까웠다.

그릇이 넓은 와이프 덕에 이런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리가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