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년만에 다시 대회를 다녀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꽤 규모가 큰 대회였다. 유급자부 개인전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으나, 아쉽게 3차전인 8강에서 1:0으로 져버려서 메달권 바로 앞에서 탈락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해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경기에 함께 참여한 요나스도 수상권에 들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 심판 판정에 대해 이런저런 할말이 참 많지만, 말해봐야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ㅜㅜ
경기가 끝나고 시상할 때, 아쉬운 마음으로 우승자부터 3위까지 축하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함께 참여한 요나스도 불렸다. 심판진들의 선정으로 Kampfgeist 상을 받았다. 한국말로 바꾸면 감투상이나 투지상같이 "졌잘싸" 느낌의 상인데... 그래도 어느정도 인정해주셔서 씁쓸한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Lich 대회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대회에서는 경기마다 너무 체력이 딸려서 숨이 꼴딱꼴딱 했는데, 이번 대회는 그러지 않았다. 숨은 찬데 더 할 수 있는 느낌이 든걸보니 예전에 비해 체력도 많이 올라온 것 같다. 그 동안 꾸준히 런닝과 하체 운동을 한게 효과를 보는 것인지, 머리를 치고 나가는 속도도 더 빨라진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여러 좋은 조언들도 많이 들었다. 평소에 수련할 때는 듣지 못했던 디테일한 보완점을 한국어로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제 도장으로 돌아가면 조언해주신 몇 가지에만 집중해서 수련하면 될 것 같다. 대회 끝나고 한국 검도인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검도 얘기만으로도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너무 재미있었다.
시합 다음 날에는 1급 심사 Prüfung이 있었다. 한국에서 보면 도장에서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치를 수 있는 시험이었을텐데, 우리 독일 도장은 사범님들의 단이 낮아서 도장자체에서 시험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치러야 한다. 시험이라고해서 어려운 것은 아닌데 급심사 치고는 한국보다 까다롭다. 죽도 조립, 연격(멘 기리카에시, 도 기리카에시), 손목받아 손목머리, 손목 스쳐 머리, 공격연습 등등 기본부터 기술적인 것까지 봐야했다. 마지막에는 지게이코(연습대련)도 했다. 나는 나름 독일에서 처음보는 시험이라 자유대련을 이 악물고 했는데, 평가하시는 선생님께서 다음에는 적당히 살살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조금 낯부끄러웠다. 괜히 오바했나싶다. 1급 심사는 9명이 봤고,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붙었다. 왠만하면 다 붙여주지... 안타까웠다.
그릇이 넓은 와이프 덕에 이런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리가또.
'독일생활기록 > 독일에서 검도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Württemberg주 검도 합동연무 (0) | 2024.06.24 |
---|---|
특별한 검도 수업 (0) | 2024.06.24 |
연휴엔 장비 정비, 아라시 호면 vs 기능성 호면 (0) | 2024.05.22 |
유럽에서 검도하는 한국인들 (0) | 2024.05.16 |
4월 BW주 전체 검도 훈련 후기 (0) | 2024.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