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Verein이 2주간 휴식에 들어갔다. 이럴 땐 갖고 있는 장비를 정비하면서 땀에 쩔은 호구를 햇빛에 말려놓기도 하고, 어디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곤 한다. 나는 호구를 2세트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신켄무도구의 아라시 일반형(직접구매), 또 다른 하나는 비파비지 측으로부터 받은 테스트용 BF-28W(리뷰용)라는 기능성 호구다. (전 검도 국가대표 조진용 선수는 지금 세현 호구를 착용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비파비지의 BF-28호구를 착용했었다. 이 호구를 세탁이 가능한 기능성 원단으로 개량한 것이 바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BF-28W)
호구는 한달을 주기로 서로 바꿔가며 사용해왔고, 오랜만에 꼼꼼히 정비한 탓에 자연스레 두 호구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일주일에 2번, 각각 2시간 가량 수련하니 한국에서 수련하시는 분들에 비해 사용빈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먼저 신켄무도구 아라시 호면의 상태는 생각보다는 좋았다. 호면 격자부위에 실밥(올)이 두세군데 튀어나와있었고, 격자부위의 카슈칠이 벗겨진 것 말고는 크게 손봐야 할 부분이 없었다. 보급형이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벗겨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아라시는 오리사시(도복과 비슷한 면소재) 호구다보니 타격부위가 시간이 갈수록 헤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직 짱짱한거보니 내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어쩌면 나의 수련 시간이 부족한 것일지도...) 벗겨진 카슈칠은 보기좋게 검은 매직으로 덧칠해서 마무리하고, 올이 나간 곳은 불로 지져서 정리하는 것으로 정비를 마쳤다.
다음은 비파비지 테스트용 호면 차례. 호면에 적용된 기능성 원단은 말랑하고 부드럽지만, 격자부위에 머리를 타격하는 사람들의 죽도 가시(?)가 박혀버린다. 1차적으로는 죽도 관리를 하지 않은 교검 상대가 문제인데... 관리안된 죽도는 자칫하면 그 가시가 상대 눈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항상 관리를 잘해둬야 한다. 그런데 독일은 죽도 단가가 높다보니, 죽도가 깨지든 말든 그냥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쨌든 이 죽도 가시는 호면의 머리 외에 어깨부근에도 많이 박혀있어서 다 뽑아내야 했다. 이 호면은 카슈칠 때신 옻칠로 마감이 되었는데, 타격부위의 옻칠이 살짝 깨져있었다. 옻칠은 카슈칠보다 더 고급 마감이고, 잘 칠해진 옻칠은 깨지않아야 하는데 많지 않은 운동량에도 옻칠이 깨졌으니...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 외에도 면금과 내륜(얼굴과 호면이 맞닿는 부위)의 조립상태 역시 보급형인 아라시 호면이 딱 보기에도 더 좋았다. 아고(목을 보호해주는 부위)도 이미 헤지기 시작했고, 같은 세트인 호완은 제대로 운동을 시작한지 한달만에 손바닥이 헤지고 구멍이나서 쓰기 힘든 상태가 된지 오래됐다. 아무래도 내구성 면에서는 이 호면에 사용된 원단이 일반 호구보다 많이 약한 것 같다.
아라시와 BF-28W의 호면 면금 역시 달랐다. 찾아보니 아라시는 무게 중심을 맞춘 IBB 면금인 반면, BF-28W는 일반 면금으로 조립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왜 계속 아라시 호면이 더 편하게 느껴졌는지 이해가 됐다. 분명 더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기능성 호면이 더 편해야 하는 게 맞는데, 아라시 호면이 더 얼굴을 잘 감싸주고 밸런스가 맞는 느낌은 호면 내륜의 조립상태와 면금의 밸런스가 아니었을까싶다.
그래도 기능성 호면은 그것만의 장점이 있다. 일단 땀에 쩔은 냄새가 안난다. 또 세탁과 건조가 쉽다. 아직 세탁은 한번도 안했는데도 쩐내가 전혀 안나고, 여전히 뽀송뽀송하다. 반면 아라시는 운동을 마치고 건조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땀냄새와 특유의 염색냄새가 섞여서 일단 와이프가 싫어한다. 검도인이라면 이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잘 알텐데, 나는 이 냄새를 감당할 수 있기에 아라시 호면이 더 편하게 느껴지나보다.
기능성 호면이 막 출시되려던 때에 초창기 테스트용으로 나온 호구이기도 하고, 죽도를 주력하로 하던 기업이 호구 생산으로 처음 뛰어든 시기였기에 BF-28W은 완벽한 호면이 아닐 것이다. 아마 요즘 출시되는 기능성 호면은 아무래도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는 더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이번 기회에 호면과 면금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장비정비도 잘 마쳤으니 이제 수련에 다시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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