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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독일 이민이 힘든 7가지 이유

by 도이치아재 2024. 3. 21.

영화 미나리처럼 이민 생활은 생각보다 장미빛은 아닙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독일 생활 7년차. 우리 첫째가 만 3세가 되던 생일날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어느 덧 이 녀석이 10살이 다 되어가네요. 정말 산전수전 다 겪으신 이민자분들도 계신데 우리는 그에 비하면 큰 사건사고가 없었던 독일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항상 걱정과 고민이 끊이질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 7년차가 되었으니, 독일 이민이 힘든 7가지 이유를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독일어, 독일어, 독일어

독일 이민을 힘들게 하는 첫번째는 이놈의 독일어입니다. A1부터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어로 일을 한지 7년이나 되가는데, 이놈의 독일어는 아직도 어렵습니다.(더 공부를 안해서 그런거지만... 뭐...) 그 중에서도 특히 듣기는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쉽지 않아요. 읽는 건 모르는 단어 찾아가며 읽으면 되고, 쓰는 것도 꾸역꾸역 쓸 수 있습니다. 말하는 것도 완벽하게 문법에 맞춰서 말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겠는데... 듣기는 참 아직도 어렵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억양과 사투리, 그 사람이 자주쓰는 어투에 따라서 순발력있게 알아들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일할 때 슈베비쉬 사투리를 쓰는 협력업체분과 통화할 때면 진땀을 빼곤합니다. (독일인과 결혼을 통해 이민을 온 경우에는 예외!)

2. 느릿느릿 독일 병원

독일 병원은 느려요. 애초에 병원 수도 부족하고, 필수의료 과목이 아닌 경우에는 간단한 진찰이라도 받으려면 한달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피부과 예약을 하고 두달이 걸려 진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와이프가 받는 정기적인 부인과 검진도 테어민을 잡고 두달 후에 진료일이 잡혔습니다. 어린이 병원은 더 심각해요. 전체적으로 병원수가 부족한데, 어린이 병원 선생님은 더 부족하거든요. 저희도 원래 다니던 어린이 병원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아이들 정기진료를 이리저리 멀리 다녀야만 했어요. 이런 상황은 독일인 동료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 친구는 근처 어린이 병원이 부족해서 차로 1시간 거리나 떨어진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기도 해요. 새벽에 갑자기 아프거나, 주말에 병원 문이 닫았을 땐 응급실로 가야하는데 이것도 오래 걸립니다. 한번은 아이가 중이염으로 잠을 자지 못해 자정쯤 응급실로 향한 적이 있어요. 새벽에 3시간 넘게 기다려 간단한 진료를 받고 왔는데 한국 병원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더라고요. 지금은 공보험 가입자라 병원진료비 걱정을 하진 않지만, 아직 공보험을 가입할 수 없는 신분이라면 병원에 갈 때마다 해야하는 진료비 걱정도 해야합니다.

3. 독일사람 사귀기

독일에 계속 살 것이라면 독일사회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아요. 일단 언어적인 문제를 어느정도 넘어야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거기에 많은 독일인이 한국인처럼 새로만나는 사람을 반겨주지는 않습니다. 어찌보면 차갑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건 사람을 무시하거나 관심없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성향이 그런거에요. 그래서 처음엔 친해지기가 힘들 수 있어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다보면 마음을 여는데, 한번 열린 독일인의 마음은 정말 따듯해요. 그런데 그렇게 서로 마음 열기까지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만약 주변에 처음봤는데도 따듯하게 맞아주는 독일인이 있다면 복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독일인과의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독일 내 교회같은 한국인 커뮤니티만으로도 본인이 괜찮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4. 한국사람 사귀기

독일사람 말고, 한국사람 사귀기도 참 쉽지않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에 맞는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본능적으로 들어요. 그런데 막상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뭔가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끔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식 밖의 행동들로 인해서 불쾌해지기도 해요.(물론 상대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해 안갈 수도 있음!) 그래서 마음이 맞는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참 힘들어요. 이렇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맺어진 인연은 단번에 끊어내기에도 쉽지 않고, 한국인 커뮤니티안에 나 혹은 그 분이 속해있다면 뒷말이 나오기 쉽습니다.

5. 부모님 생각

타지로 나오면 정말 자주 한국에 들어가야 1년에 한번이에요. 가족을 만나러 한국으로 갈 때 드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몇 년에 한번 보는 부모님 얼굴을 보면 정말 세월이 무색하게 변해갑니다. 곁에서 자주 뵈면 알아차리지 못할 시간의 흔적이 부모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더 어릴 때는 잘 안보이다가, 이제 독일에서 자리잡고 잘 살려고 하는 때부터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가 점점 늙어가는구나를 실감하게 됩니다. 왠지모르게 불효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마음은 지울 수가 없어요.

6. 부자가 되기 힘든 사회 구조

살아보니 독일은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먹고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한국은 내가 돈을 더 벌고 싶다면 본업 이외에 알바를 하든, 사업을 하든 쉽게 시도할 수 있잖아요? 반면 독일은 그게 좀 힘들어요.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부업을 하고자 한다면, 일단 본업 고용주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고용주가 부업으로 인해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데 동의를 해야합니다. 고용주의 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부업 시간에 따라 본업의 업무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고 이는 소득에도 영향이 가요. 부업으로 인해 생기는 추가 수입 역시 세금이 매겨지고, 부업으로 일정금액 이상을 벌어들이면 세금등급 또한 달라져서 더 많은 세율을 부담해야 할 수 있어요. 열심히 벌어보려고 했던 부업인데 세금떼고 나면 생각보다 적은 돈이 주머니로 들어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차라리 쌔빠지게 일하기보다, 그 시간에 내 시간을 즐기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되는데요. 독일 사회는 사회 구조적으로 적당히 안주하기 좋은 사회가 아닐까 싶어요.

7. 내려놓는 마음

이민은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바뀌는 거에요. 처음 이민을 오면 내가 나고자란 곳에 기준에 맞춰 독일이라는 나라를 끼워맞추려고 해요. 내가 가진 자는 mm로 되어있는데 그 자로 inch를 재려고 하는 겁니다.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나 역시 독일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도대체 회의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왜 이리 길게하는지', '설계는 왜 이따구로 하는지' 등등 내 기준에 맞지않는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불만을 이 블로그에 늘어놓던 때가 있었죠. 돌이켜보면 참 한심했지 싶어요. 한발짝 물러서서보면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서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데, 혼자 얼굴이 뻘개져서 불평불만하고 있는 꼴인 것이니까요. 그냥 내 경험, 내 기준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더 얻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 업무를 하다보면 내 역량에 훨씬 못미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거 내가 할 짬밥이 아닌데"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이럴 때 조금 내려놓는게 좋은 것 같아요. 역량에 훨씬 못미치더라도 그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곧 찾아오더라고요. 그렇게 신뢰가 쌓여나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당장 낙담할 필요도,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독일 이민이 힘든 7가지 이유에 대해 써봤는데, 이민 생활이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에요. 다음에는 독일 이민이 즐거운 7가지 이유에 대해서도 써보겠습니다.

 

독일 이민이 좋은 7가지 이유

우리 가족은 아래 7가지 이유 덕분에 독일 생활에 꽤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독일 이민이 힘든 7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은 독일 이민이 좋은 7가지 이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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