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 둔 아이를 김나지움으로 진학시켜야 하는 부모입장에서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짧막하게 써보려고 한다. 독일(특히 BW주나 슈투트가르트)에서 아이를 김나지움에 보내기 위해서는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김나지움이 다 같은 김나지움이지 뭐가 그렇게 다르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맞는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어 조금스럽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BW주 도심지역이 아닌 외곽에 사는 경우에는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다.
1. 인포아벤트는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
겨울방학이 끝나면 김나지움 학교마다 슬슬 인포아벤트와 오픈하우스에 대한 공지가 올라오는데,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여기에 참가해야한다. 슈투트가르트 시내에는 총 25개가 넘는 김나지움이 있는만큼 선택의 폭도 넓다. 도심에 산다면 미리미리 몇 군데 김나지움을 선정해놓고, 인포아벤트 일정을 체크해야한다. 왜냐하면 인포아벤트는 단순히 학교를 소개하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고, 인터넷으로는 얻지 못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두 가고 싶어하는 학교를 지원하고자 한다면, 인포아벤트 참석이 특히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A학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과 부모는 지원 전 미리 교장선생님 혹은 다른 선생님과 테어민(예약)을 잡아 개인면담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 또 다른 학교 B는 공식적인 지원기간 전에 사전등록을 마친 후 공식 지원기간에 사전등록 증명을 가져가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걸 알지못한 채, 단순히 Kultusministerium(문화교육부)에서 정한 기간(이하 공식지원기간)에 지원서류만 달랑 내면 우선순위에서 당연히 밀릴 수 밖에 없다. 이미 관심있는 아이들은 사전 면담도 보고, 사전 등록도 마친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학교가 어떤 아이를 원하는지, 뽑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예를 들어 성적 우선인지, 해당 학교와 가까운 지역이 우선인지 등) 이런 정보는 인포아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고, 인포아벤트에 참석한 부모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정보를 누설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독일어를 못하더라도 인포아벤트에서 보여지는 PPT자료 등을 통해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니 반드시 참석하자.
2. 학교마다 각기 다른 암묵적인 등록기간이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1번 항목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독일 Kultusministerium(문화교육부)가 정한 학교 지원기간은 3월 5일~8일이다. 이 기간에 김나지움 추천서류와 아이의 출생증명 등과 같은 서류를 학교에 제출하면서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은 단순히 "등록"을 위한 기간일 뿐, 각 학교는 저마다 각자의 암묵적인 등록기간을 가진다. 1번 항목에서 설명한대로 학교별로 사전 면담을 신청하거나, 자체로 1차 등록을 할 때부터 이미 학교 지원이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 예로 우리 첫째 아이의 한 친구는 공식 등록기간인 3월보다 훨씬 이전인 1월에 학교에 사전 면담을 신청해서 얼굴도장을 찍어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미리 면담했다는 사실은 정말 친한 사이 아니고는 서로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느정도 눈치싸움이 있는 것이다.
3. 공립 김나지움이라고 해서 모두 같지 않다.
초등학교에서 김나지움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아무 김나지움으로 보낼 부모는 없을 것이다. 독일의 일반 김나지움을 A라고 해보자. A는 한국의 인문계처럼 대학진학을 목표로하는 학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A-1(언어심화), A-2(이과심화), A-3(음악심화), A-4(운동심화) 처럼 각 김나지움마다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 어느정도는 아이의 성향에 맞는 김나지움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좀 더 맞지 않을까. 아이는 수학/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아이와 절친한 친구가 A-3(음악심화) 김나지움에 진학한다고 따라가는 것이 맞을까? 이건 생각해 볼 문제다. 그래서 고민이 많아지기도 한다.
4. 꼭 김나지움 추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그룬트슐레엠펠룽을 김나지움으로 추천받은 아이들이 주로 김나지움에 진학했지만, 이제는 전적으로 부모의 결정에 달렸다. 아이가 당장은 김나지움에 진학할 성적이 안되더라도 부모가 원하면 김나지움 진학을 할 수 있다.
5. 3학년 전에는 무조건 독일어, 독일어, 독일어
아이가 아직 저학년이고, 향후 김나지움 진학을 희망한다면 수학과 독일어의 성적관리가 어느정도는 필요하다. 독일이라고해서 마냥 하고싶은대로 놔두기엔 그 다음 학교 진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어떤 김나지움은 4학년 1학기 성적을 서류로 제출하라고 하기 때문에, 이를 요구하는 김나지움 진학을 원한다면 미리미리 관리해놓아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각 과목별로 시험을 자주보고, 이것이 점수로 나온다. 그래서 부모가 어느정도는 신경쓰는 것이 좋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베스트지만, 3~4학년 나이에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학점관리하는 아이는 아마도 매우 드물 것이다. 특히 독일어 같은 경우,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글로 써야하는데 한국어를 모국어로하는 우리아이의 경우에는 이것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한글 책만큼이나 독일어 책을 읽혔을 것 같다. 독일어가 부족하면 한국인이 잘하는 수학에서도 천천히 삐걱거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독일어 책 읽기를 게을리하면 그만큼 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번은 독일의 전형적인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인 변호사 집안 엄마, 아빠에게 아이 교육에 대해 물어본적이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결국 부모가 공부를 시켜야하는거야?"
"그 나이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할 수 있겠어?"
결론 :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독일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아이를 마냥 자유롭게 키우진 않는다.(물론 한국처럼 각잡고 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가 어느정도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개입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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