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또 학교에서 독일어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있진 않다. 아니 내 눈엔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 시험도 많이 보고 공부해야할 것도 많아졌지만,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아온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름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독일어 시험에서 4점을 받아올 때까진 ㅎㅎㅎ(수우미양가로 치면 양을 받아온셈...)
4점을 받아온 독일어 시험지를 직접 전해주던 신우는 울음을 터뜨렸다. 4점은 아이도 처음받아보는 충격적인 점수였다.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신우가 독일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듯 보였고, 우리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단어시험 정도 수준이었던 독일어가 이젠 이야기와 문장을 문법에 맞춰써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당연히 훨씬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도 처음엔 조급한 생각이 들고, 걱정도 했다가 나중엔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그러길래 왜 독일어 공부를 안했니", "그러니까 평소에 독일어 책도 읽으라니까" 라는 말이 정말 맘속으로 수십번 입밖으로 튀어 나왔지만,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신 독일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다음엔 3점 받아보자고 간신히 이야기했다.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족한 것을 알았으면 고치는 노력이 더 중요한 거라고 말했다. 고작 초등학교 3학년 시험 하나 못봤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신우 스스로도 독일어를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라고 깊이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반성했다. 신우에게 한글을 가르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한글을 뗄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은 자기 전 매일 같이 책을 읽었던 것 덕분이었는데, 독일어 책은 그렇게 읽어주지 못했다. 어련히 학교에서 잘하겠거니 싶어 놔둔 게 화근이었을까.
4점받은 독일어 시험이 신우와 우리에게 계기가 되었을거라 믿는다. 독일어 책보다 한국어 책을 편식했던 신우도 스스로 독일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고, 우리도 독일어 책 읽기를 거부하는 신우에게 그것을 권할 명분이 생겼다. 시험 충격 덕인지 아직까진 요즘 신우가 자기 전 독일어 책 읽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내 발음이 웃긴지 오히려 재미있게 읽고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한번 불이 붙으면 쭉 밀고나갈 것 같은데... 그 불을 붙여주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학교 선생님, 방과후 학교 선생님과도 신우의 독일어를 학교와 집에서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이야기도 해볼 생각이다. 이래서 육아는 애가 크나 어리나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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