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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첫 번째 회사를 고를 때는 비자문제가 걸려있다보니 아무래도 내것을 다 챙기기가 쉽지 않았었다. 일단 독일에 합법적인 거주가 일순위였기 때문에 연봉과 휴가일수, 그리고 회사가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를 중점으로 봤고, 당시에는 얼추 타협할 정도 수준이라 판단해서 큰 고민없이 결정했었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는 후회가 되기도 했고, 또 만족하기도 했다. 이번에 이직을 할 때는 독일에서 직장경험도 있었고, 이 바닥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고있어서 이직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첫번째로 고민했던 것은 BIM 프로젝트의 실행여부였다.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툴로 아키캐드나 레빗을 사용하는 사무실말고, 정말 BIM 환경을 통해 다른 분야와 협업이 가능한 사무실인지 확인 한 후에 그에 맞는 회사를 찾으려고 했다. 이 때 한국에서 짧게나마 경험했던 BIM 업무가 회사를 걸러내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독일에서 디자인을 하는 건축가로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은 언어적인 문제 뿐만아니라, 연봉인상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오랜기간 생각해왔기 때문에, 건축설계를 베이스로 다른 분야로도 옮겨갈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는 채용 사이트에 얼마나 자주 구인공고가 올라오는지 살펴보았다. 1년 넘게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서 슈투트가르트의 사무실 동향을 살폈다. 기간을 두고 채용사이트를 보다보니 항상 사람을 구하는 회사와 아주 가끔씩 한번 올라오는 회사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사람을 자주 구하는 회사는 그만큼 이직률이 높다고 가정했다. 사람들이 자주 이직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셋째는 회사의 네임벨류나 규모를 고려하지 않았다. 건축설계 분야에 조금이라도 몸을 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독일건축 설계회사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대표 건축가가 거장이라고해서 업무환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회사에는 일을 하겠다는 젊은 인력이 몰리기 때문에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부분도 있다. 규모가 큰 설계사무소라고 해서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다. 보통 규모가 큰 회사에 다니면 그만큼 연봉도 높기 마련인데, 애초에 돈이 몰리지 않는 산업 분야이다 보니 이와같은 현상이 나타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의 네임벨류보다는 어떻게 성장해가는 중인지, 회사를 운영하는 주된 돈줄이 무엇이며 그것이 안정적인지, 그 안에서 내가 무슨 업무를 할 수 있는지를 훨씬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넷째, Kununu 사이트를 활용했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는 없지만, 더 나은 회사는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들을 추리고 난 후, 직원들이 반복하여 말하는 단점을 위주로 보다보니 지원을 할지말지에 대한 기준이 어느정도 세워졌다.

이렇게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나니 막상 지원할 회사는 딱 한군데 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 회사만 지원했다. 앞서 세운 기준들을 홈페이지와 같은 간접적인 수단으로 정확히 알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면접 시에는 이런 기준들을 위주로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다. 이번 이직을 결심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건축가보다는 엔지니어로서의 건축가로 일하길 원했기 때문에 이런 방향에 더 초점을 맞췄다.

내 선택의 옮고 그름은 직접 가서 겪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그 과정을 기록해놓는 것이 이 블로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짧게 글로 옮겨적는다. 다음 글은 독일 건축분야에 취직할 때 어떤 계약 조항들이 있는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볼까한다. 아마도 한국에서 독일행을 고려하시는 건축가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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