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 담임 선생님과 매년 한번씩 하는 면담이 있었다. 신우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수업은 잘 따라오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등등 선생님께 듣고, 또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얼마전 4점을 받아온 독일어 성적이 제일 신경이 쓰여 어떻게 하면 학교 안과밖으로 신우를 도와줄 수 있을지 많은 질문을 준비했다.
면담이 시작되었다. 먼저 가벼운 이야기를 했고, 이내 선생님께서 신우가 스스로 자기를 평가한 평가지를 보여주셨다. 각각의 항목은 한국으로 치면 상, 중, 하로 표기하도록 나눠져있었고, 신우는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은 대부분 "중"으로 표기했다. 마음이 아팠다. 고작 독일어 성적 4점을 한번 받은 것 뿐인데, 학교생활 전반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같은 항목에 대하여 선생님이 직접 작성한 평가서를 보여주셨고, 우리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신우는 훨씬 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질답이 이어졌다.
"독일어 때문에 걱정 많이 하셨죠?"
우리의 걱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었는지 선생님의 첫 질문도 여지없이 독일어였다.
"신우는 매일 매일 독일어와 싸우고(kämpfen und kämpfen) 있어요. 저도 어릴 때 반 독일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금 신우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잘 알고있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Hort(방과후학교) 선생님과도 전화해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얘기해볼게요. 신우는 부지런하고 포기할 성격이 전혀 아니니까 잘해낼 수 있을거에요. 신우는 동화쓸 때 어려움이 많지 나머지는 아주 잘 하고 있어요."
가장 걱정했던 부분을 해소하니 그제야 묻고싶었던 질문들이 생각나 여쭤보았다. 수업 중에 친구들과 장난치진 않는지, 선생님 말씀에 귀 귀울이는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는지, 다른 아이들과 과제를 수행할 때 협력을 잘 하는지, 이대로 공부하면 김나지움 진학에 문제는 없는지, 부족하다면 무엇을 보충해야 하는지 등등...
독일 초등학교라고 해서 아이들이 평가를 피해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한국보다 시험도 자주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해야할 것도 많아진다. 또 이른 나이에 어느정도 미래가 결정되다보니 신경을 안쓸수도 없는 노릇이다. 초등학교 3-4학년 애들이 '아! 공부해야지!' 하면서 스스로 하기는 쉽지 않고, 결국 부모가 옆에서 같이 챙겨주지 않으면 그대로 성적에 반영이 되어버리니 부모에게 어느정도 아이 미래가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
한국이나 독일이나 아이 교육에 있어선 참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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