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라는게 디자인 업무가 반, 그리고 협의하고 다른사람들과 치고박는 일이 반이다.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치고박고하는 건 다른 일들과 다르지가 않은데... 이번엔 좀 강도가 심한 느낌이다. 이번주에는 Teamleiter가 야근을 하다가 "Kein Bok mehr hier zu arbeiten!(여기서 더 이상 일할 생각이 없어!)" 라고 소리치면서 집에갔다. 팀장 직급의 친구가 울면서 뛰쳐나갔으니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갈지 참...ㅋㅋㅋ
이 프로젝트는 참 독일답지 않게 시간은 없고, 할일은 많고, 요구도 많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설계업무에는 단계라는 것이 있어서 계획설계를 끝낸다음 건축허가를 받고, 실시설계로 진행되는 것이 수순이다. 계획설계가 끝나면 1차 단도리. 그 다음 건축허가가 2차 단도리. 실시설계를 마무리 지으면 프로젝트는 어느정도 건축가의 손을 떠났다고 보면 된다. 근데 지금 프로젝트는 계획설계, 허가, 실시설계 + 각종 공사비와 업체선정, 그리고 공사까지 동시에 진행되는 중이다. 독일의 설계단계로 말하자면, LPH3 부터 LPH7 + 공사까지의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된다. 종종 설계변경으로 인해 계획설계 단계부터 다시 시작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따로 또 같이 진행되는 경우는 참 생소한 것 같다.
이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지만(나도 그렇게 믿고싶지만) 실제로 그렇다. 총 팀원수는 Teamleiter와 나, 다른 건축가 이렇게 3명이서 설계를 하고 있고... 이번주에 3번째 건축허가서류를 제출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했다. 일단 설계 규모자체가 3명이서 커버를 칠 수 있는 규모가 아니고, 그 와중에 한명은 캐드 프로그램을 할 줄 도 몰라 도면에 손도 못대는 상황이다. 업무적으로도 할말이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어쨌든 현장에서는 터파기 공사가 끝나고 이제 기초를 치고 있는데... 진심으로 이게 될까 싶다...
이 프로젝트 진짜 되긴하는거야...? 울고시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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