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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

독일건축일지, 독일 건축 공모전 프리젠테이션을 마치다.

by 도이치아재 2021. 3. 5.

지난번 마무리 지은 경쟁 프로젝트의 프리젠테이션이 바로 오늘 있었다. 당초 계획은 해당 도시의 시청에 가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비디오 미팅으로 대체되었다.

대상필지

여기서 잠깐 내가 경험한 독일의 경쟁 설계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독일의 건축 공모전은 익명으로 계획안과 모형을 제출하면 거기서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게 일반적이다. 심사위원들은 참여자와의 접촉없이 제출된 것들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이번에 참여한 경쟁 프로젝트는 엄밀히 말하면 Vgv - Vergabeverordnung 이다. 단어를 아무리 곱씹어봐도 영 그 의미가 잘 와닿지가 않는다. 어쨌든 내가 이해하기론 경쟁설계(Wettbewerb)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주최측(발주자 측)에서 좀 더 명확하고 확실한 기준들을 세워놓는다. 기본적으로 최종적으로 당선이 되면 설계권이 주어지고, 큰 악재가 없는 이상 바로 지어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Vgv 프로젝트는 짓고자 하는 의지가 일반 경쟁설계(Wettbewerb)보다 더 강하다. 공모전에 참여하는 설계사무실도 실명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떤 사무실과 경쟁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공모전에서는 1등에 당선이 되더라도, 이런저런 문제로(주로 예산문제) 2등안이 지어지기도 하고 3등안이 지어지기도 하고, 그냥 공모전으로 끝나기도 한다. 이런 희한한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발주자는 애초부터 '나 이 건물 꼭 지을꺼야' 라는 마인드로 여러 건축사무실들을 경쟁시켜서 좀 더 촘촘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안의 컨셉과 디자인, 기능 뿐만 아니라... 설계인력에 대한 비용과 일을 맡기면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까지도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도한다. 그래서 회사에는 몇 명의 인원이 근무하는지... 어떤 건물들을 지어왔는지... 계획설계만 주로 하는 사무실인지... 아니면 시공감리까지 하는 사무실인지... 현장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수시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리인지... 까지도 적극 PR한다. 이것이 Vgv 와 Wettbewerb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으로 치자면 설계입찰과 비슷한데, 발주자의 '짓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1:1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한국에서는 입찰로 당선이 되어도 프로젝트가 한없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게 다반사인데 반해... 독일에서는 Vgv에 당선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계약서 작성 후 바로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도 하고 이러이러한 점을 혹시 보완할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한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뿐만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려내는 자리라고 느껴졌다.

독일에서는 모든 계획설계에 Schwarzplan 이라는 그림을 만든다. 지역 건물의 모양과 컨텍스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말이 길었다. 나도 평가받는 자리는 독일에서도 처음 참여하는 것이라, 조금 긴장이 되긴 했는데 회사 파트너가 발표를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의 내 역할은 프로젝트 건축가로서 의자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가 다였다. 내심 발표자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잘 준비한 것 같았다. 프리젠테이션 자체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잘되면 좋겠는데, 잘 되도 문제다.ㅋㅋㅋ 짓기 쉬운 형태가 아니라서... 진짜로 짓는다면 고생꾀나 할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당선이 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포스팅을 하나할 예정이다.

한단락 마무리 되었으니... 원래 있던 실시설계 팀으로 돌아가야하는데...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