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메세지와 메일을 받는다.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나도 똑! 같이 고민하고 궁금했던 질문들이 담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난 내가 알고 있는 한도내의 모든 정보들을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해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세계,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다른 도시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한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업을 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잠시 내려놓고, 독일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하신 학교 선배셨다. 지금 이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뚫고 말이다. 정말 진심으로 기뻤고, 맘껏 축하드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어학한다고, 취업준비한다고, 또 먼 독일까지 데려온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에 몸고생, 맘고생(특히 재정문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이제 가장 큰 한 고비를 넘기셨으니 다음 고비가 오더라도 잘 넘기실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
본인의 취업후기가 아닌, 지인의 취업후기이기에 당사자의 허락을 사전에 받고 간략히 적으려고 한다. 지인께서는 독일에 지인부부+아이1명, 총 3명이 작년에 입국하였다. 올해 2020년 5월까지 혹시나 취업을 못한다면 한국으로 귀국을 할 거라는 단호한 목표를 잡고 어학 및 취업준비를 시작하였다. 쉽지는 않았으나 독일어 B1과정까지 마친 시점에 작금의 코로나 사태가 뻥! 하고 터졌다.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중심을 잡고 거주하는 도시에 있는 회사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였다. 이 포트폴리오가 먹힐까... 라는 의심을 하셨지만, 멋지게 먹혔다!! 그리고 몇 군데의 회사에서 면접와 면접을 보셨다. 물론 첫 면접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몇 번의 면접을 보면서 그 상황에 충분히 익숙해지셨을거라 추측해본다. 그렇게 한 회사와 최종계약서를 주고 받았고 출근일까지 확정지으셨다. 취업 당시 지인의 독일어 실력이 B1로 불충분해 보였으나, 한국에서의 실무 기간이 길고 한국 건축사 자격을 취득해놓으신 상태였다는 점은 회사에서도 아마 참고를 했을 것 같다.
내가 이 선배에게 정말 큰 울림을 받은 건, 취업을 하시고 난 뒤의 일이었다. 선배 스스로도 독일어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쓰는 건축용어, 건축사무실의 분위기 등을 더 배우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이전에 면접을 봤던 집 근처 한 설계사무실에 전화해 취업한 회사 출근일 전까지 Praktikum(실습생)을 하면 안되냐고 물어보았다고 했을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건 첫 출근일 전까지 선배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선배는 자신을 뽑지 않은 회사에 억지로(?) 한 자리를 받아, 첫 출근전까지 공부도 하고 프로젝트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고 한다. 독일어가 하루아침에 느는 건 절대 아니지만, 독일어 외에 갖고계신 건축적 능력을 머지않아 발휘하실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어떤 분들은 취업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만을 탓한다. 그럴 때 스스로 반문해보길 바란다.
"내가 정말 간절히 바랬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했나?" 정말 간절하면, 없었던 용기가 생기고 달아났던 동기부여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위 사례처럼 말이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신 점... 정말 리스펙 합니다. 저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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