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직장동료가 퇴사했다. 이 친구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밥을 먹었는데, 조금 씁쓸했다. 이 친구의 역량이 우리회사에서 꽤나 컸기 때문이다. 적은 년차에도 설계는 물론 현장에 상주하며 감리 업무까지 맡아서 했던 친구다. 아마도 그래서 조금 지친 것 같았다. 참고로 이 친구는 독일에서 보기 드문, 라이노 그래스호퍼 사용자였다. 그래서 전시관 설계에 꼭 필요한 친구였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령 프로그램에 오류가 뜬다던가 회사내 오피스 기계들이 작동을 안한다던가 하면 동료들은 망설임없이 이 친구에게 달려간다. ㅎㅎ
현장에서 복귀하자마자 딱히 정해진 프로젝트 없이 전전하다 프로젝트 하나를 맡았는데, 정해진 업무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정(말도안되게 자꾸 변경되는 계획안과 부당한 주말출근 요구 등 회사 내적인 문제)으로 불만이 많이 쌓여있었다. 역량이 되는 친구니 이직을 생각하는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날엔 사장님과 인사 한마디 하지 않고,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떠났다.
이번 이별 모임(?)을 통해 우연치 않게 알게된 사실은 동료들이 나와 우리 팀장의 관계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업무 중 많은 시간을 핸드폰과 시간을 보낸다는 점.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작은 문제들을 남들에게 부탁한다는 점.(핸드폰에 새로운 앱을 깐다던가 하는 일 등...) 동료들도 다 알고있어서 흠칫 놀랐다. 너희들도 다 알고있었구나? ㅎㅎ
떠나는 친구는 이미 다른 직장을 구했고, 능력있는 친구니 잘 해내리라 믿는다. 잘가. 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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