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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

[건축]#14. 수영장 프로젝트 마감

by 도이치아재 2019. 10. 30.

마감을 3주 앞두고 시작했던 수영장 프로젝트를 오늘 마무리 지었다. 상당히 무리가 있었던 일정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일정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비단 나만 이런 급한 프로젝트를 받은 게 아니라, 다른 현상설계를 하는 건축가 또한 마감을 4주 앞둔 프로젝트를 받았다. 그 친구의 프로젝트는 내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건물이라 아마도 더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점심 시간에 그 친구와 잠깐 이야기 해보았지만, 좋은 이야기가 나올리 없다.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우리 설계사무소로 이직한지 얼마 안된 친구라서 처음엔 의욕이 넘쳐보였는데, 역시 이런 무리한 일정이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이번 수영장 프로젝트의 결론은 잘 마무리 되었다. 설계안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하자 없이 마무리 지었다는 뜻이다. 건축을 위해 태어난 천재라도, 3주안에 좋은 설계안을 내서 공모에서 당선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또 경쟁 상대들은 수영장 설계 전문가라고해도 손색없을 만큼 유명한 설계사무실이었다. 글쎄, 결과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하지만 예상컨데 좋은 결과는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스터디 모형 중 하나의 안으로 결정되었다

우여 곡절이 많았지만, 첫 1주 동안은 주최측으로 부터 받은 많은 데이터들을 정제하고 공모의도를 파악하는데 보냈다. 그 다음 2주차엔 몇 가지 설계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위 사진은 내가 내 놓은 대안 중 하나인데, 회의에서 형태는 이 디자인 컨셉과 형태로 결정됐지만... 몇 일 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 방향으로 흘러가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이유인 즉, 3일 정도 다른 프로젝트를 또 마무리 짓느라 공모 프로젝트에서 빠졌었는데 그 사이에 모든 게 결정되어 버린 것이다. 정작 아이디어를 낸 내가 빠진 채로 나머지가 결정되어 버리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잠깐이라도 회의할 시간은 있었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

마지막 3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출할 그림들을 그려야했다. 도면을 꾸려야 하는 시점에서 컨셉에 대해 이야기 하기엔 너무 늦었다. 아이디어가 좋은 싫든 그냥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몇 가지 사항들이 결정이 안된 채 마지막 주의 반이 흘렀다. 그제서야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결정안된 사항들이 억지로 결정되었다. 마지막 주에는 야근과 주말출근의 연속이었다.

중간 작업물

마감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중간 작업물을 뽑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 시점에서 목표는 당선이 아니라 마감이다. A0 사이즈로 출력해서 보면 모니터로는 보이지 않는 오류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수정사항들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서 최종 제출 수준으로 가까워진다.

이번에도 마감을 앞두고 팀장의 미숙한 일처리로 욱할 뻔 했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 것 같다. 바로 회사의 플로터(대형 프린터)를 고장낸 일이었는데... 내가 출력을 보내놓고 나서 팀장에게 이야기했다.

"프린트 곧 될꺼니까 그냥 기다리면 돼~ 용량이 커서 좀 걸릴 꺼야..."
"아 그래?"

플로터 화면에서 이렇게 독일어로 써있었다. "출력 준비중입니다. 기다려 주세요" 그런데 갑자기 플로터에 꽂혀있는 잉크 하나를 갑자기 잡아당긴다.

?????????????????????????????????????????????????????????????????????

플로터는 갑자기 멈췄고, X 자가 화면에 뜨면서 고객센터로 문의하란다. 음, 그러니까 고장났다. 무슨 생각으로 잡아당겼는지... 가끔 정말 이 팀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 ㅜㅜ 덕분에 근처 카피샵에 맡겨서 어쨌든 제출은 했다.

이렇게 또 하나 지나갔다. 에휴. 전쟁이다. 전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