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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독일에서 검도하기

[검도]#9. 종이로 만든 임시 명패

by 도이치아재 2019. 11. 17.

내 갑상에 붙어있는 명패는 예전에 소속되어있던(지금은 없어진) 도장의 명패다. 당연히 한문으로 쓰여있어서 여기 친구들이 내 이름을 읽을 수도,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였는지, 사범님께서도 다음에 올 때는 내 이름을 쪽지에 써서 자기한테 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러한 이유들로 차라리 임시명패를 만들어 붙이기로 했다.

A4 용지를 접어서 영문으로 이름을 쓰고, 스카치 테이프로 돌돌 말아 붙이니 꽤나 그럴싸한 임시명패가 완성되었다. 이날 운동을 시작하니, 다들 내 명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름을 가르쳐주긴 했지만, 어떻게 발음해야하는지 이 친구들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영문 철자를 보니 그제야 내 이름을 안부르던 친구들도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문철인데, 이 친구들은 문출~ 문출~ 이렇게 부른다.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덕분인지 이날 운동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왔다.

따로 공식적인 대회에 나가지 않는 이상, 명패를 새로 맞출 생각은 아직 없다. 너무 비싸다. 독일 검도용품점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40유로나 한다. 한국은 한 2만원이면 될텐데... 2배 이상이다. 그냥 종이 붙이고 해야지. 운동만 잘하면 되지 뭐. 뽀대가 그리 중요한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