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참여했던 프로젝트의 공모 결과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대로) 탈락이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한 탈락이다. 총 11명의 심사위원 중 단 한명의 심사위원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8개 설계회사가 이 공모에 참여했고, 그 중 절반인 4개의 회사가 수상(1등, 2등, 3등, 입선)을 하였다. 확률로 보면 딱 50:50인데, 그 확률에 들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처럼 단 1명의 표도 얻지 못한 회사가 우리 말고도 2팀이나 더 있었다.
아. 망했다.
다시 정리해보자. 총 8개 팀 중, 단 1표도 얻지 못한 팀이 3팀, 수상한 팀이 4팀, 1팀은 표는 받았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이 말은 조금만 신경썼으면 어렵지 않게 (1등은 아니더라도) 수상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8개 중 3팀은 전혀 경쟁력이 없는 팀이었으니까.
이런 처참한 결과는 처음 받아봐서 처음엔 헛웃음이 나왔다. 한국에서 학생공모전에 참여했을 때나, 회사를 다니며 현상공모를 했을 때도 이 정도로 처참하진 않았다. 그래도 노력한 것만큼의 결과는 늘 얻었었다. 그래서 나는 공모전에 참여하는 걸 좋아했다. 그 무대에서 내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았다.
내가 독일에서 참여한 첫 프로젝트는 딱 3줄의 심사평으로 끝났다.
- 베리어프리(장애인과 노약자를 고려한) 디자인이 아니다.
- 입면에 대한 고려가 없다.
-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설계안이다. 끝.
짧지만 너무 정곡을 콕콕 찌르는 심사평이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사실, 위 3가지 항목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잘못된 결정으로 혹평을 받게되었지만, 팀작업이다보니 늘 내 의견대로 반영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팀작업이 더 어렵다. 뭐, 어쨌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도 참여한 프로젝트니까.
얼마전 두번째 공모전을 마감하니, 동료들이 한결같이 마음에 드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난 한결같이 마음에 안든다고 이야기했다.ㅜㅜ 동료들이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마음에 안드냐고 또 물어본다.
'괜찮게 보인다고 다 좋은 설계안이냐' 를 말하고 싶었지만 독일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어디가서 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하기가 사실 좀 꺼려질 정도다. ㅜㅜ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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