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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존기록/독일취업 후 기록

[독일취업후]#7.또 다른 면접과 첫번째 불합격 통보

by 도이치아재 2018. 8. 7.

지난 주, 유명 아뜰리에 면접을 찜찜한 기분으로 마치고 나오면서 다른 건축설계 회사로부터 면접을 보자는 이메일을 받았었다. 그리고 방금 면접을 보고 집으로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글을 써내려가야겠다.

면접보러 가는 길

이 설계사무실은 Stuttgart 시내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 우리 집에서 U반과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한다. 매일 자전거만 타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조금 낯설었다. 또 버스시간이 30분에 1대, 혹은 2대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혹여나 면접시간에 늦을까봐 생각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띠링" 면접보러 가는 동안 메일이 왔다는 알람이 울렸다. 확인을 해보니,  번째로 면접을 본 설계사무실에서 온 메일이었다.

"안타깝지만 Herr CHOI는 우리와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이 메세지를 받고나니 오늘보는 면접이 조금 더 간절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약속시간보다 40분정도 먼저 도착했다. 늘 그렇듯 회사주변을 괜히 한번 빙 둘러서 걸어본다. 일을 하다가 잠깐 나와서 바람이라도 쐴 곳이 있는지 한번 훑어본다. 시내가 아니라서 건물들이 낮고, 초록이 많이 보인다. 면접 10분전 회사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자,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 처럼 보이는 중국인 건축가 한명이 "니하오"라고 인사를 한다. 내가 중국인인줄 알았나보다. 니하오의 대답으로 "할로" 라고 인사하고 회사로 들어갔다.

이 회사도 자신들의 사옥을 직접설계를 하였는데, 건물의 모든 공간을 다 사용하는게 아니라 일부 층만을 설계사무소로 사용한다. 높은 천정고와 큰 아트리움, 그리고 채광이 잘되는 커다란 창문들...일을 하기엔 굉장히 쾌적한 조건의 공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쉽게 사진은 찍지 못했다. 면접보러 간 주제에 놀러온 것 마냥 사진을 찍을 순 없지!

실습생(?)으로보이는 한 젊은 친구가 간단히 회사를 안내하며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었다. 뭐...잘 못알아들었다. 쩝. 내가 그르치 뭐. 이 회사 역시 현상설계하는 팀, 그리고 실시설계하는 팀으로 구성되어있다. 역시 건축설계를 하는 회사답게 책상 위엔 스터디 중인 건축모형들과 3D 이미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적당히 정리가 안되어있는 책상과 적당히 널부러진 건축 모형들을 보니, 역시 건축설계사무소 다운(?) 모습이었다.

회사를 거의 다 구경했을때 즈음, 이 회사 설립자와 직접 면접을 시작했다. 간단히 악수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나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수상경력 등을 모두 출력해서 가지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점은 내 자기소개서에 밑줄과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체크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새해얗게 바랜 이 베테랑 건축가는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내 프로젝트들에 관심이 있었고, 어떤 개념으로 어떻게 디자인을 해왔는지 천천히 설명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팀장으로 보이는 건축가도 함께 동석했다. 계속해서 프로젝트 설명들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나에대한 소개와 작품설명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들로 면접 시간을 채워나갔다. 쓸데없어보이는 질문도 서스름없이 해주었다. 고마웠다.

"어떤 건축가를 좋아하는지?"
"내가 일했던 회사는 어떤 회사였는지? 인원은 많았는지, 적었는지?"
"현상설계를 주로 했는지, 실시설계를 주로했는지?"
"회사 근처로 이사올 생각이 있는지?(농담으로)"
"회사안내를 받을 때, 아시아 사람들과도 마주쳤는지?(중국인들이 2명정도 일하는 것 같다)"
"우리회사는 어떻게 알게됐는지?"
"왜 슈투트가르트로 오게되었는지?"
"독일어는 얼마나 배웠는지?"
"한국에서는 설계비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dmp라는 회사를 아는지?"(내가 다녔던 회사는 아니지만, 몇 주 전에 dmp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와이프도 건축을 전공했는지, 아들은 몇 살인지?"
"건축가로 몇 년 동안 일했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등등... 질문은 위에 적은 것보다 더 많았고, 대화는 재미있게 이어져 나갔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내 독일어였다. "아, 정말 잘하고 싶다. 독일어!" 한 가지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 베테랑 건축가는 내 포트폴리오를 디지털 파일이 아닌, 책자로 자세히 보고싶다며 내 포트폴리오를 복사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렇게 그는 내 포트폴리오를 컬러로 다 복사해갔다. 그에게 선물도 받았다. 1988년 설립이후로 디자인 했던 모든 건물을 모아놓은 회사의 포트폴리오 책자였고, 면접은 마무리 되었다.

"내일이나 내일 모레 전화로 결과를 알려줄게요. 그럼 잘가요."

이렇게 오늘 면접도 끝났구나. 일주일에 3개씩 면접을 보니까, 면접이라기 보다 독일어 회화수업 같은 느낌이 들기시작한다. 허허. 어디든 한 곳 걸리겠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