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생존기록/독일취업 후 기록

[독일취업후]#8.마침내 합격, 그리고 또 불합격

by 도이치아재 2018. 8. 9.

지금까지 면접을 본 회사는 총 5군데였다. 그리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순번

회사이름

인원

출퇴근시간

외국인비율

일의 종류 

기타 

 합격 / 불합격

 1

 M 설계사무소

5 명

 자전거 15분

20 % 

주거 및 현상설계 

신생회사

 합격

 2

 B 설계사무소

180 명

 자전거 15분

30-40 %

일반건축 및 현상설계 

야근이 잦음 

 불합격

 3

 A 설계사무소

15명 

 대중교통 30분 

10 %

고급 주거 건축

유명 아뜰리에 

 미정

 4

 KB 설계사무소

25명

 자전거 5분

0 % 

일반건축 및 현상설계 

설립 60주년 

 불합격

 5

 K 설계사무소

30명

 대중교통 45분

20% 

일반건축 및 현상설계 

집에서 멀다

 합격

독일의 건축 설계회사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프로젝트가 꾸준히 있는 설계사무실들은 대부분 15-30 명 사이의 규모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설계사무실과 면접을 보았다. 3번의 A 설계사무소를 제외하고는 꽤나 긍정적인 반응들이어서 내심 기대도 했었지만, '1년 배운 독일어'라는 핸디캡을 안고 취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뭐, 그렇다고 못할 것도 아니다.

어제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5번 K설계 사무소에서 메일을 받았다. 두번째 면접을 보자는 제안이었다. "한번의 면접도 부담스러운데, 2번째 면접이라니..." 이미 말할 건 다 말했고, 질문할 건 다 질문했는데 뭘 더 본다는 것인가? 스스로 뭘 준비해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선물로 받은 그들의 작품집을 훑어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건물을 설계했는지... 간략히 메모하는 것으로 2차 면접을 준비했다. 결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그르치 뭐.

두번째 면접을 앞두고, 긴장 반 설렘 반

이틀만에 다시 K 설계사무소를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이틀 전 면접을 봤던 대표건축가A와 그리고 또 다른 대표건축가B, 팀장, 나까지 4명이 함께 이야기했다. 오늘 처음 만난 대표건축가가 이틀 전 복사해간 나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채용 이야기를 했다.

"본론부터 이야기하면, 저희는 당신과 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유일한 문제는 독일어에요."

잘 만들어 놓은 포트폴리오 덕에 여기까지 왔다. 독일어가 문제긴 한데... '앞으로 독일어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은 '독일어를 1년 밖에 안배워서 그렇습니다.' 정도의 적당한 핑계는 이제 먹힐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정말 나와 동료로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사소통에 대한 문제가 걱정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게 걱정인걸...

"영어는 어느 정도하나요? 이력서에는 B2라고 써놨던데...독일어가 C1니까, 영어보다 독일어가 더 편한가요?"
"그건 아니에요. 영어를 배운 시간이 더 길고, 듣고 이해하는데는 영어가 훨씬 편합니다. 다만 이력서에 B2라고 쓴건, 공식적으로 제 언어를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가 없기 때문이에요."
"아, 그렇군요. 그럼 우리 독일어로 의사소통이 힘들면, 영어로 해요."
"네. 문제 없습니다."

그들은 아직 내가 독일어로 혼자서 전화로 업무보고, 외근을 나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다.

"현상설계(공모전)를 우리와 함께 한 두번 정도 해보고, 그 다음에 실시설계팀(시공이 가능한 수준으로 도면그리는 단계)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표 건축가B가 제안을 했다. 나도 나쁠 게 없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맞다. 어차피 나의 목표는 공모전으로 프로젝트를 당선시켜서 실시설계까지 쭉~ 참여하는 것이었으니까. <For your information> 공모전의 업무는 다른 분야와 크게 협의할 필요없이 건축팀 자체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반대로, 실시설계 팀은 실제로 건물을 짓기위한 도면을 그리기 때문에 시공업체, 현장대응, 다른 분야(기계, 설비, 전기, 소방 등등)와의 협의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 다음 연봉협상을 했다. 그들은 나에게 말했다. 

"Herr CHOI가 이미 한국에서 3년정도의 경력이 있지만, 그 경력에 상응하는 역할로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독일어를 유창하게 해야합니다. 즉, 우리와 함께 일을 하면서 독일어를 더 연습해야 합니다. 그 전까지는 우리도 당신 경력에 상응하는 연봉을 주기 힘듭니다. 독일어가 유창해지면 다시 연봉협상을 합시다. 그 때가 되면, 한달에 X,XXX 유로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연봉협상을 무사히(?) 마쳤다. 물론 첫번째로 합격한 회사와 합의한 연봉보다는 조금 더 많은 금액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연봉 조금 더 많이 받는다고 내 삶의 질이 확 바뀌진 않지만, 조금 더 준다고해서 넙죽 받았다.(어쩌면 난 돈의 노예, 쑤뤠기 일지도 모른다는...ㅎㅎ) 허허. 자세한 내용들은 계약서 초안을 받아보고 천천히 살펴봐야겠다. 기쁜 마음으로 회사를 나오면서, 또 메일알람이 "띠링"하고 울린다.

면접을 보고 나오며, K설계 사무실앞에서...

지난 주 면접을 봤던 B 설계사무소에서 메일이 왔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Herr CHOI와 일을 할 수 없게되었습니다. 저희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이 회사 면접에서 떨어졌으면 다 떨어졌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