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설계사무실과 면접을 보고왔다. 이 설계사무실은 대략 25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중간 규모의 설계사무소였고, 슈투트가르트에서 50년 넘게 사무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나름 역사가 깊은 설계사무소라는게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나와 면접을 진행한 두 명의 독일인들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오랫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한 경험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장점과는 다르게 이 회사는 우리집과 아주 가까운게 나에겐 장점이다.
오늘은 면접가기전 셀카로 긴장을 풀어본다
이 설계사무실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바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한 날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한달간의 휴가를 마치고 하노버에서 슈투트가르트까지 비행기로 이동했다. 짐이 많은 관계로 택시를 타고, 임시 숙소까지 이동했다.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도착해 처음 발을 디딘 장소가 바로 이 설계사무실 앞이었고, 숙소도 이 설계사무실 바로 옆 건물이었다. 어쨌든 오늘 면접을 봤을 때, '어떻게 우리 사무실을 알게되었는지?' 에 대한 질문에 위의 일화를 설명했다. 문법에 맞춰 아주 잘 설명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말을 이해하고 서로 웃으며 면접을 시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1년 전 슈투트가르트 도착했던 그 날이 떠올랐다. 혹시나 이건 운명인건가?
처음 슈투트가르트에 발을 디딘 그 장소
어제 면접을 보면서 내 프로젝트를 독일어로 설명하는 데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내 프로젝트 중 포트폴리오 제일 앞에 있는 프로젝트 하나만 독일어로 설명하는 연습을 하고 면접에 임했다. 운이 좋게도, 면접보는 사람들이 딱 그 프로젝트 하나만 출력해와서 설명해 달라고 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어제에 이어 또 하나 얻어걸렸지 뭐.
이번 면접이 어제보다 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완전한 독일 스타일의 면접이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쓸데없는 칭찬이나 사탕발린 소리를 하지 않았다. 또 아닌 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면접을 진행하였다. 특히나 힘들었던 것은 면접관이 두명이나 들어와서 독일어를 서로 핑퐁치며 이야기하니 무엇보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주 중요한 정보 말고는 알아듣기가 조금은 힘들었다. 역시 듣기는 여전히 힘들다. 언제쯤 다 들릴려나.
직원이 25명이지만 당연히 설계사무소로서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어보였다. 이 사무실의 장점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업무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즉, 현상설계(공모전)부터 시작해 실시설계(실제공사가 가능하도록 도면을 그리는 단계)까지 두루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면접 막바지에 접어들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 특별한 회사문화가 있나요?
: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건축 답사나 정기적인 행사등이 있냐고 제차 설명했다) 아. 그렇군요. 저희 회사는 정기적이진 않지만, 가끔 건축답사를 가기도 하고, 2-3일 정도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우리가 계획하기에 따라 다릅니다.
- 만약 제가 이곳에서 일한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공모전에 참여할 수도 있고, 실시설계에 참여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Herr CHOI는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공모전을 하면서 독일어와 전문용어에 좀 더 익숙해진 후 실시설계로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Herr CHOI가 한국에서 경험이 있긴 하지만,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설계를 진행하면 협의 등에 있어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 회사에서 주로 쓰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 전체적으로 Allplan을 사용합니다만, 현상설계(공모전)의 경우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포토샵, 스케치업을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씨네마 4D와 라이노를 쓰기도 합니다.(Allplan은 독일와서 처음 들어본 프로그램이었다.)
책상 앞에서의 면접이 끝나고, 짧게 회사투어를 하며 모든 직원들과 인사를 했다. 뭔가 굉장히 독일스러운 느낌이 드는 회사였다. 어제 면접 본 회사가 에너지가 넘치고 좀 더 열려있는 분위기였다면, 오늘 면접 본 회사는 뭔가 신중한(?) 느낌이 나는 분위기였다. 결과는 다음 주 월요일에 알려준다고 하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추가로 오늘 오전에 또 다른 사무실과 면접약속을 잡았다. 사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사무실이라 조금 놀라기도 했다. 전화받는 순간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 나름 이 동네 슈투트가르트에서 고급 주택설계로 유명한 건축가 사무실이라 기대 반, 긴장 반... 뭐 그렇다. 목요일까지 하루 정도 면접 준비를 할 시간이 있으니, 잘 준비해서 다녀온 후 또 후기를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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