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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3. 적응

category 독일생활기록/단상 ; 소소한 생각들 2017. 6. 17. 16:00

이 글은 2017.03.04 에 작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업무를 마치고 다음 주부터는 휴직에 들어간다.

뭐 대단한 휴직이라고, 팀장님께서는 송별회까지 해주셨다.

"너 휴직하는 거 마음에 들지 않아"

거하게 한잔하시고, 내뱉은 말은 진심이었다.

그동안 휴직한다고 쓴소리 한번 안 하셨는데, 술김을 빌어 진심을 말하고 싶으셨나 보다.

그에 나는 미소로서 답했다. 휴직을 하다는 게 당사자인 나의 실수나 잘못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인력 관리가 그의 업무였다. 구차하게 죄송하다는 말로 그 순간을 모면하진 않았다.

나의 휴직은 그저 회사 시스템 내에서 처리하면 될 업무일 뿐이었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인력이 나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회사란 게 원래 그런 거니까.


그동안 함께 일을 해온 동료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드렸다. 정말 감사했다.

그래도 가장 먼저 찾아뵌 분들은 협력업체 직원분들이었다.

부당한 대우와 무리한 요구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묵묵히 수행해주신 분들이다.

경력이 짧은 나를 Project Leader로 인정해주신 분들이기도 하다.

정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마지막 퇴근을 했다. 퇴근 후에는 와이프와 앞으로 해야 할 집안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침 토마토 주스, 빨래, 점심 도시락, 신우 하원 후 야외활동, 잠자기 전 연극놀이 등.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일상이 낯설겠지만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담배도 끊고.

그런데 토요일 밤. 와이프와 신경전이 있었다.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오늘 푹 자고, 내일 웃는 얼굴로 토마토주스 갈아줄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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