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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

시작 : 계란으로 바위라도 쳐보자

by 도이치아재 2026. 7. 2.

독일 현지에서 건축사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실질적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솔직히 굳이 건축사 자격을 갖고 있지 않아도 회사에서 건축가로서 일하는데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법적으로 '갖고 있는 권한'의 정도 일 뿐, 연봉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가 나진 않는다. 이마저도 회사마다 다르고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한국 공모전 참여를 위한 프로세스: 독일 건축사 등록과 파트너십

한국 공모전에 내 이름을 건 작품을 제출하려면, 먼저 독일 건축사 자격을 한국의 대한건축사협회에 외국건축사로 등록해야 한다. 당연히 독일 자격만으로는 단독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함께 파트너십을 맺을 한국 건축사가 필수적이다. 일종의 공동 응모 형태인 셈이다.

운이 좋게도 대학원 동기들이 모두 한국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 파트너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고맙게도 친구들이 열렬히 응원해 준 덕분에 "한번 제대로 해보자!"라는 의지가 더 단단해지기도 했다. 요즘 한국 건축 산업이 참 쉽지 않다는데, 여전히 이 바닥에서 치열하게 구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다시 한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을 넘어, 괴물 같았던 선배들의 발자취를 보며

사실 시작도 전에 김을 빠지게 하는 씁쓸한 소리도 들려온다. 한국 공모전의 고질적인 불합리함, 심사위원 사전 접촉이나 물밑 작업 이야기들... 2020년대인 지금도 이런 구태의연한 일들이 성행하고 있다는 믿기 힘든 말들을 접하면 덜컥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은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때 찾아올 절망감을 내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소문들에 매몰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들려오는 노이즈는 잠시 접어두고, 내가 몸담았던 삼우 출신의 제제합 선배님들이 걷고 있는 길을 바라보자.

신입사원 시절, 선배님들과 직접 같이 일할 기회는 없었지만 종종 아래층에 오고 가며 그분들의 작품을 흘깃거리곤 했다. 당시에도 회사에서 날고 기는 프로젝트들을 쏟아내던, 그야말로 '괴물' 같은 분들이셨다. 그 선배님들이 현재 한국 건축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것처럼, 나도 한국 건축계에 작은 점 하나 정도는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분 좋은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도 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거다. 그래도 한 100개 쯤 끊임없이 부딪혀보면, 그중 하나쯤은 뭐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해보려 한다.

하여튼 나도 뭐가 됐든 해봐야 알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르는 성격인 것 같다.

독일 서류의 한국행, 그리고 슈투트가르트 아포스티유 꿀팁

열심히 희망회로를 돌리며 지난주 금요일, 드디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독일 건축사 자격증 원본을 들고 다음의 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

  1. 시내 공증인 사무소에서 사본 공증(Beglaubigung)을 받고,
  2. 이 사본 공증본에 아포스티유(Apostille) 인증을 붙인 뒤,
  3. 마지막으로 전문 번역가분에게 번역 공증을 의뢰했다.

공증인(Notar)과 법원, 번역가를 차례로 거친 내 서류는 드디어 한국행 우편에 실려 날아갔다. 대한건축사협회 등록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움직여볼 생각이다.

슈투트가르트 건축사 자격증 아포스티유 깨알 팁!

슈투트가르트에서 건축사 자격증 같은 사문서에 아포스티유를 받으려면 원래 관할청인 Regierungspräsidium Stuttgart로 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홈페이지 기준 대기 시간만 무려 3개월이 걸린다. 말도 안되는 긴 시간이다.

3개월을 1주일로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래와 같다.

- 슈투트가르트 시내 사설 Notar(공증인 사무소)에서 사본 공증을 받는다. (방문 시 10분 소요)
- 그 사본 공증본을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Landgericht Stuttgart)에 보내 아포스티유를 신청한다. (총 1주일 소요)

사본 공증 비용(10유로 정도)이 한 번 더 들긴 하지만, 슈투트가르트 법원은 관내 사설 Notar의 직인이 찍힌 서류에 대해서는 업무 처리를 굉장히 빠르게 해준다. 굳이 관할청에서 3개월을 기다릴 이유가 없으니, 혹시 나와 같은 과정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방법을 강력히 추천한다.

마침내 온전한 '내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설레는 기대감 때문인지 글이 길어졌다. 대한건축사협회 등록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또 기록으로 남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