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독일 건축사 협회 리스트(Architektenliste) 등록을 마무리했습니다. 준비할 서류들도 많고, '이렇게 까지해야 하나'라며 차일피일 미뤘던 마음들이 모여 이제야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네요.
# 보수적인 BW주의 뷰로크라티
독일에 살면 살수록 바덴뷔르템베르크(BW)주는 행정이 정말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보수적이고, 필요 이상으로 꼼꼼하며, 그만큼 속도도 느렸습니다. 한국 학위를 독일에서 인정받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고, 챙겨야 할 서류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았습니다.
협회 요청으로 ZAP Prüfung(한국 학위와 독일 학위가 동등하다고 증명하는 서류절차)에서 한국의 학위가 독일 학위로 동등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용까지 제출했으나, 건축사 협회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를 인정하지 못한다라고 까지 공식 문서로 저에게 보냈으니... 정말 독일식 특유의 뷰로크라티(Bürokratie, 관료주의)를 온몸으로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협회에 찾아가 한국에서 수강했던 모든 과목을 설명한 끝에, 간신히 BW주 건축사 협회에 AiP로 등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저 말고도 많은 외국 학위를 가진 제 동료들도 거절을 당하고 있었으니, 그 때 분위기가 자체가 그랬었나 봅니다. 심지어 한 중국인 동료는 슈투트가르트 석사를 졸업했는데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테리어 쪽이라 거절 당한 케이스도 봤으니까요.
글쎄요, 요즘은 외국학위로 BW주 협회 등록이 쉬워졌는지 모르겠습니만 개인적으로는 참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했다면 조금 더 수월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외국인 건축가로서 마주한 절차는 마치 꽉 묶인 실타래 같았습니다. 하나를 풀면 또 다른 매듭이 나오는 긴 과정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주한 끝에 드디어 마지막 매듭을 풀어낸 것 같습니다.
# 비싸지만 유익했던 과정
우여곡절 끝에 협회에 첫 등록을 마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무 기간(AiP, Architekt im Praktikum) 2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독일 학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세미나 시간에 추가로 16시간을 더 들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지기도 했습니다. Architektenliste 등록을 위해 들어야 했던 수많은 세미나들은 당시엔 비싼 수강료와 시간이 부담이었지만, 모든 세미나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해주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감사함을 알기에 요즘 회사에 충성모드로 열심히 일하는 중이랍니다.
# 이제 다시, 진짜 시작
"Architektenliste 등록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싶다가도,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마음 고생했다" 한마디쯤은 건네고 싶습니다. 저는 곧 건축가로서 공식적인 활동을 한국과 독일에서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글쎄요. 아직 당장은 무얼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해보는 단계라 정확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한국의 쟁쟁한 설계 고수분들과 맞붙을 수 있는 무대에 도전도 해보고 싶습니다.
지루했던 행정 절차는 끝났고, 이제 진짜 건축가로서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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