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터리 재제조 기업 포엔(POEN)이 독일 진출을 본격화하며, 그 첫 거점으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Sachsenheim의 기존 공장을 리노베이션(Umbau)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POEN은 ‘Positiv Energy’라는 이름처럼, 단순히 배터리를 다시 사용하는 기술 기업이 아니라 에너지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려는 친환경 혁신 기업이다.
(주)포엔
한번 쓰고 폐기해야하는 배터리들을 포엔의 배터리 업스케일링 기술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제조 제품으로 생산하여 자원재순환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poen.co.kr
Positiv Energy – 에너지의 선순환을 공간으로
POEN은 이름 그대로 긍정적인 에너지(Positive Energy) 의 순환을 지향하는 기업이다. 배터리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다시 분석·정제·조립하여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배터리 재제조 기술 기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Sachsenheim에 위치한 기존 공장을 Umbau(리노베이션) 형태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배터리 재제조 산업이 독일 내에서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신생 업종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리노베이션 이상의 도전이 있었다. 포엔과 우리 Dälken은 설계 전 단계인 공장 선정 단계부터 함께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침내 계약이 이뤄졌다.
법규 없는 영역에서 길을 찾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큰 어려움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허가 절차’였다. 배터리 재제조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각종 예외 조항과 개별 협의가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 일반적인 Umbau 프로젝트에 비해 허가 협의 단계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처음엔 단순히 Brandschutz(방화 계획) 을 재설계하는 정도의 작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진행해보니, 이 프로젝트는 법규의 회색지대를 하나씩 해석하고 풀어나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배터리 재제조 산업은 독일에서도 아직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분야다 보니, 정말이지 수없이 들었던 말이 있다.
“그 부분은 아직 법으로 정해진 게 없어, 협의가 필요합니다.”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매 이슈마다 협의 날짜를 잡고, 사안을 논의하고, 다시 상위 결정권자에게 의견이 전달되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긴 기다림. 안 그래도 느린 독일 행정 절차 속에서 협의에 협의를 거듭하는 과정은 솔직히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나조차 이리 답답한데, 발주처는 얼마나 더 답답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건축가로서 나에게 깊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독일 행정기관과의 기술적·법적 협의, 그리고 POEN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이 프로젝트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주었다. 아직 최종 허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미 모든 주요 사안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어 건축허가를 접수한 상태다. 이제는 긍정적인 결과를 조용히, 그러나 확신 있게 기다리고 있다.
블로그에서 현장으로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나의 글을 보고, 기업이 직접 연락을 주었다는 사실은 건축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나에게 ‘Positiv Energy’ 그 자체였다.


현재 프로젝트는 모든 협의를 마무리 후 허가 접수를 마치고, 실시설계와 공사 준비를 병행 중이다. 더 빠른 진행을 위해 시공사를 미리 선정해 설계 단계에서도 긴밀히 협력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록 크지 않은 규모의 Umbau 프로젝트이지만, 이 공간이 앞으로 POEN의 유럽 진출을 상징하는 첫 거점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한국의 기술력과 철학이 독일 산업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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