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가의 시선/독일에서 건축하기

AI 건축 설계, 그리고 계획설계 계약

by 도이치아재 2025. 6. 27.

우리 회사는 최근 들어 AI 툴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업무에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 특히 건축설계 분야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한국과 독일을 비교해보면, 솔직히 독일은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주소만 입력하면 해당 부지의 법규를 자동으로 검토해주고, 최적화된 3차원 체적, 면적, 비용 산출까지 가능한 AI 프로그램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걸로 알고있다. 건축주 입장에서 이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시간과 인력, 그리고 금액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편으로는 건축사가 하는 업무의 일부를 AI에게 내어준 것기도 할 것이다.

독일은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실무수준에서 AI는 수백 개의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물론 이마저도 꽤 유용하다. 100% 내가 상상한 결과물을 얻기엔 무리가 있지만, 기획단계에서 영감을 주는 이미지를 꽤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 준다. 짧은 시간 안에 퀄리티 높은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만큼, 설계사무소에서 수주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에서 많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도 그런 경우였다. 독일 전역에 체인을 둔 Myplace라는 창고 공간 대여 회사에서 여러 설계사무소에 대지를 주고, 기획 수준의 설계를 의뢰했다. 우리 회사도 그중 하나였고, AI 툴을 실전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주어진 기간은 약 2주 정도.

처음에는 메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설정할지, 프레젠테이션의 흐름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이를 토대로 AI 툴을 활용해 이미지들을 배치하고 다듬었더니, 2주 만에 완성된 프레젠테이션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왔다.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회사 소식에 공지되었다

발표는 무사히 끝났고, 다행히도 우리 회사가 이 프로젝트의 설계사로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기뻤던 건 이 프로젝트가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다른 지역에도 동일한 컨셉의 설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윗선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작업이었다.

독일에서 설계 일을 하며 정말 '이 친구는 잘한다'고 느꼈던 동료가 딱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예전 회사에서 공모전을 혼자 도맡아 하던 프리랜서 베테랑이었고, 그 친구에게는 정말 많이 배웠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지금 회사에 있는 동료인데, 함께 작업할 때마다 '이 사람은 정말 설계의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다. 역시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자연스럽게 자극도 받고, 동기부여도 더 커지는 것 같다.

회사에서 내가 맡고 있는 또 다른 직책은 AI 설계 담당자다. AI 담당자는 회사에 나를 포함해 두명인데, 방금 말한 이 천재적인 친구와 함께 AI 툴을 어떻게 설계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스터디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이 친구에 비해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배우고, 찾아보고, 연구해보도록 하자. 렌더링을 뛰어넘어 어떤 AI툴을 설계에 적용할 수 있을까. 앞으로 몇 개월간의 과제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