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와이프와 가볍게 조깅하러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이 날은 변덕스러운 날씨때문에 조깅을 하러가니 마니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식사를 거하게 하고 나왔더랬다. 속이 꽉찬 상태라 달리기를 하기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할까말까 고민될 땐 그냥 하는게 답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쨌든 운동화 끈을 묶고 슬기와 밖으로 나왔다.
슬기랑 달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오늘 주제는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였다. 나는 성격상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견디면서 하는 성격인데 반해, 슬기는 나와 반대로 끊임없는 자극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성격이다. 어떻게 보면 다리를 들어서 앞으로 내딛음을 반복하는 달리기는 나와 잘 맞고, 슬기와는 잘 맞지 않는 운동이기도 한 것 같다.
"오빠는 달릴 때 무슨 생각해?"
어... 그러고 보니 나는 달릴 때 무슨 생각을 하지?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무념의 상태로 달리는 것 같다. 숨이 차거나 다리가 잠길 때는 "한발 한발 집중해서 내딛자"라는 생각말고는 없는 것 같았다. 정말 생각없이 달린다.
"난 진짜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 것 같아. 그럼 슬기는 무슨 생각해?"
와이프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한단다. "오늘 저녁 뭐먹지"에서부터 "청소는 언제하지, 애들 숙제는 다 했나, 아 정말 달리기 싫다, 몇 키로 남았지 등등" 반복되는 지루함에 끊임없이 질문한단다.
"오빠는 스마트워치로 기록보고, 훈련하면서 동기부여 받잖아? 나는 그런거에 하나도 동기부여가 안돼. 근데 지난번 Stuttgart-Lauf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보다 앞질러가는 거 보니까 불타오르긴 하더라"
초등부 엘리트 수영선수 출신인 슬기는 천성이 승부사인가보다. 지는 꼴을 못본다. 설령 지더라도 오기를 갖고 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옆에서 보면 존경심이 들 정도다. 난 그런 슬기의 모습이 너무 멋있다. 와이프는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누구보다 잘해낼 거라고 믿는다. 난 잔소리 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기면 하면 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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