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첫째와 함께 좀 더 길게 뛰어봤다. 목표는 5km. 지난 두 번의 달리기에서는 2.2km를 완주한 뒤 질주 훈련, 오르막 인터벌 훈련을 진행했다. 매번 훈련 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오늘도 달리기 전부터 아이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아빠, 오늘은 2.2km 달리고 뭐할 거야?”
“음, 글쎄. 천천히 길게 달릴지, 짧게 빠르게 달릴지 고민 중이야.”
“그럼 2.2km보다 더 많이 뛰어볼까? 2.2km 두 배면 4.4km니까… 그냥 5km 뛰어보자!”
“너 예전에 5km 뛰었을 때, 뛰었다 걷다 하면서 겨우 완주한 거 기억 안 나? 쉽지 않을 걸?”
“그래도 요즘 자주 뛰어서 5km는 뛸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그럼 오늘은 목표거리보다 두 배 더 멀리 달려보자!”
그렇게 5km를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인터벌 훈련의 효과인지, 첫째는 달리자마자 말했다.
“오늘은 몸이 좀 가벼운데? 5km 충분히 달릴 수 있겠어!”
“좋아! 화이팅해보자!”
신우는 가볍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가 달린 5km 코스에는 총 세 번의 오르막이 있다. 지난번에는 심박수를 조절한다는 핑계로 거의 걷는 속도로 올랐던 오르막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신우야, 첫 번째 오르막이야. 이번엔 걷는 속도로 말고, 쭉쭉 밀어봐.”
“오케이!”
“잘한다! 오르막 다음은 내리막이니까 그때 호흡 가다듬으면 돼!”
"다 왔다. 쓰읍~후~쓰읍~후~"
첫 번째 오르막을 잘 넘긴 우리는 2km쯤 달렸을 무렵, 더 길고 가파른 두 번째 오르막에 다다랐다.
“신우야, 이번 오르막은 좀 더 긴데 가능하겠어?”
“아빠! 그냥 뚫고 지나가면 돼!”
순간 울컥했다.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을까? 그런데 정말 맞는 말이다. 앞에 뭐가 있든, 그냥 뚫고 지나가면 된다. 그 말은 꼭 인생에 대한 태도처럼 들렸다. 그렇게 신우는 성실히 발을 내딛으며 가장 높은 꼭대기에 올랐다.
이후로는 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2km 이어지고, 마지막 오르막을 넘으면 공원 전체를 한 바퀴 도는 5km 완주다.
마지막 오르막을 앞두고 신우가 외친다.
“아빠, 마지막은 질주다!”
“신우야, 너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거야?”
있는 힘을 다해 성큼성큼 마지막 오르막을 오른 신우. 그렇게 오늘의 5km 러닝이 완주되었다. 오늘은 내가 더 많이 배운 날이다. 신우야, 다음 달리기도 정말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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