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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아빠, 왜 저번보다 더 힘든 것 같지?

by 도이치아재 2025. 4. 16.

주말에 달리고, 하루 휴식을 가진 아들과 어제 다시 어린이 마라톤 거리인 2.2km를 달렸다. 지난 주말 신우가 스스로 5분 30초 페이스를 목표를 세우긴했지만, 역시 그걸 위한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해야할 이유는 한가지지만, 하지말아야 할 이유는 수십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공원에 나가기 전부터 달리기 싫다는 분위기를 팍팍 내던 신우였다. 이 녀석을 억지로 끌고 나갔다가는 목표고 뭐고 런닝 자체를 싫어할 수 있으니, 신발끈을 스스로 매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오늘도 달리러 나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으며) 아...... 오늘은 정말 왜이렇게 몸이 무겁지?"
"그래도 옷입는 거 보니 달릴 생각인가보네?"
"달리긴 해야지... 내가 말한건데. 근데 오늘 2.2km 달리고 또 저번처럼 인터벌 훈련할꺼야?"
"음. 오늘은 2.2km 완주하고, 원래 100m 언덕 달리기를 3번 정도 질주하려고 했어."
"언덕 달리기가 뭐야? 어떻게 달리는건데?"
"우리가 코스를 이렇게 이렇게 달리면, 저기에 언덕이 나오는데 거기를 이렇게 이렇게 달릴꺼야."
"(짜증섞인 말투로) 그러니까 나는 그게 어디를 달리는지 이해가 안가는데?"
"우리가 원래 달리는 코스에서 옆으로 가면 언덕이 나오는데... 주저리 주저리..."

원래... 뭔가 하기 싫을 때, 질문도 말도 길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대화의 결론은 일단 2.2km 완주만 하고 돌아오는 걸로 마무리 짓고, 어쨌든 밖으로 나가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신우가 말했다.

"아빠, 엊그제 달리기 했는데 오늘은 왜 더 힘들지? 몸이 더 안나가."
"그건 당연해. 일주일에 하루 달리던 아이가, 지금 2번이나 달렸으니 몸이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거야. 게다가 평소에는 안하던 인터벌도 2번이나 했잖아."
"이 상태로는 아무래도 5분 30초 페이스로 달리긴 힘들 것 같아."
"쉽진 않은데, 불가능한건 아니야. 대신 과정이 좀 고되긴하지"

빠르게 달리다가 천천히 달리다가를 반복하며 1km 쯤 지났을까. 몸도 풀리고, 뾰루퉁하던 기분도 좋아진 신우는 한발 한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2km를 300m 앞둔 지점에서는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때의 순간 페이스는 4분이었다. 2.2km를 완주하고 나서 말했다.

 

"신우야. 너 마지막에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알아? 4분 페이스로 달렸어."
"왜 4분이 5분 30초보다 느린 것 같지?"
"기분 탓 아닐까? 처음엔 달리기 싫었는데, 지금은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잖아."
"진짜 이상하네........"
"여기 보이는 언덕을 원래 오늘 3번 달리려고 했거든? 달릴 수 있겠어?"
"당연히 할 수 있지. 아빠랑 같이 뛸거야. 근데 조금 내가 뒤쳐져도 아빠는 내 속도에 맞추지 말고, 아빠 페이스대로 가"

그렇게 우리는 2.2km 훈련과 3번의 언덕 달리기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에게 전화가 온다.

"언제들어오나!? 저녁 언제 먹을꺼야~? 빨리와~"

그 길로 나와 신우는 집까지 또 달려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