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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기록/슬기로운 독일생활

김나지움 첫 엘턴아벤트, 그리고 첫 시험

by 도이치아재 2024. 10. 16.

지난 주에는 첫째의 김나지움에서 첫 엘턴아벤트(Elternabend)가 있었다. 초등학교와는 무엇이 다를까 싶어 와이프와 함께 학교로 향했는데, 엘턴아벤트 구성은 초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엘턴아벤트가 시작되기 전, 옆자리 부모들과 한번 씩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본격적인 엘턴아벤트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아이들이 배우게 될 과목에 대한 설명과 선생님 소개, 그리고 세부일정에 대해 듣고 질문할 수 있었다.

과목별(독일어, 수학, 영어) 시험 날짜와 횟수, 그리고 점수비율도 안내해주셨다. 김나지움이라서 그런가, 확실히 초등학교 때 보다 시험도 많은 것 같고 숙제도 많아보였다. 특히 영어 시험과 숙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아서 '우리아들 영어 하나도 못하는데 고생하겠네...' 싶었다. 엘턴아벤트가 끝난 후에도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다른 부모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주로 아이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사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 5학년 반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주제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에 관련해서는 다음 엘턴아벤트 때 또 자세히 다룬다고 하니, 그 때 이야기를 들어보자.

10개 이상의 초등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인만큼, 과목별 수준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수학이나 독일어에서 같은 2점을 받고 이 학교에 왔더라도, 점수에 상관없이 1점 같은 2점인 친구가 있고, 2점 같은 3점인 친구가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보충수업이 필요한 친구들을 선별중에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4학년 1학기 이후로 신우에게 정말 공부하라는 말을 한마디도 안해왔다. 물론 시험점수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놀랍게도 4학년 1학기 성적보다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은 2학기 성적이 더 좋아서 그 뒤로는 완전히 신우에게 맡겨두고 있다. 그저 숙제같은 것들, 꼭 해야하는 것들을 잘 챙기라고 말할 뿐이다. 김나지움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엘턴아벤트가 끝난 몇 일 뒤, 신우는 김나지움에 입학해서 첫 시험을 보고 왔다.

아이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 해도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었다. 요즘 집에오면 숙제만 후딱하고, 컴퓨터 앞에서 코딩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영어 시험이 다가와도 아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스크래치 코딩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과는 4- 를 받아들었다. 시험에서 반타작, 소나기 좍좍 내리는 결과였고, 신우가 본 시험 중에 가장 낮은 점수였다. 시험공부를 해야할 시간에 코딩을 했으니, 시험을 잘 볼 수 없었던 게 당연했다 ㅋㅋㅋ

와이프와 나는 시험날짜가 다가와도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신우를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때로는 '곧 시험인데... 이 녀석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공부하지 않고 첫 시험에서 적당히 좋은 성적받는 것보다 아예 망해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야 아이 스스로도 공부를 놓으면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이 틀테고, 엄마아빠가 설령 공부하라는 말에도 어느정도 수긍할테니 말이다. 이미 풀이 죽은 신우는 자기가 4점(1점이 최고점)을 받은 이유를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고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앞으로 치르게 될 시험들도 이번과 똑같이 준비한다면, 엄마아빠가 코딩하는 시간을 신우 자유에만 맡기지만은 않겠다고 살짝 말해놓았다. 해야만 하는 걸 스스로 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는 의미였는데... 신우가 잘 이해했는지는 지켜봐야지 !

예전부터 와이프와 나는 신우가 차라리 5학년, 6학년 때 무조건 많이 깨져보고, 실패하고, 좌절을 맛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래야 7학년 때부터는 무얼하든 자기가 뭘 해야하는 지 좀 알고 할거다. 그게 공부든, 코딩이든, 운동이든, 뭐든 말이다. 지금 받아오는 성적은 아무 의미없으니 너무 신경쓰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