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첫째 신우는 스크래치 코딩에 푹 빠져있어서 내 컴퓨터 자리를 녀석에게 내어주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신우는 Arbeitzimmer에서 스크래치 코딩을 하면서 혼자 풀리지 않는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와이프와 나는 거실에서 신우에게 이제 곧 잘 시간이라고 말하며, 새로 산 맥주향이 다르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부엌에서 뭐가 떨어졌나 싶어서 달려갔는데, 아무일도 없었다. 그 소리는 다름아닌 Arbeitzimmer에서 나는 소리였던 것.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상은 반이 기울어져있었다. 책상위에 있던 물건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450유로나 주고 산 32인치 와이드 모니터 역시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신우도 갑자기 일어나버린 이 상황에 많이 놀랐다. 아마도 아이가 오랜시간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책상 상판을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밀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상판이 움직이다가 그만 넘어가버린 것이다. 와이프와 책상을 다시 원위치 시키고, 무거운 모니터를 들어 다시 책상에 올리는 순간 '아, 모니터 깨졌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전원을 켜보니 아니나 다를까, 액정한쪽이 박살나버렸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신우가 의자에 다리 한쪽을 올리고 앉아 씨름하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신우에게 이렇게 앉으면 의자에 올라간 다리가 계속 상판을 밀게 되니 조심하라고 몇 번 주의를 주긴 했었는데, 결국 이 사단이 나고만 것이다. 근데 어쩌겠나. 어차피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에게 화를 낼 법도 했는데, 화가 나지 않았다. 대신 모니터가 박살나도 코딩을 못하는 건 아니라며 다독여주었다. 신우에게 아쉽지만 편하게 코딩하던 환경이 사라졌으니, 이걸 계기로 갖고 있는 물건에 대해 좀 더 감사하고 소중히 법을 배우자고 했다.
전과 같을 순 없겠지만 방법을 찾아보자. 다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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