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건축사 협회 등록이 이렇게 꼬이고 꼬이고 꼬일줄은 몰랐지만, BW주 건축사 협회와 협의 끝에 한국 학위만으로 협회에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협회 등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좀 더 빨리 등록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건축사" 타이틀이 밥먹여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둘러서 해야할 이유도 없었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독 AKBW(Architektenkammer Baden-Württemberg, 이하 BW주 건축사 협회)에 독일 학위없이 등록하는 것은 다른 주에 비해 썩 쉽지 않은 것 같다.
추가서류까지 보냈는데도 하도 답변이 안와서 협회에 연락했더니, 정해진 날짜에 와서 회의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다녀왔다. 회의는 한 30분 정도 진행이 됐다. 내가 생각했던 건 1-2명 정도 협회사람과 내가 학위에 대해 회의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회의실에 들어가니 7명이나 나를 중심으로 삥 둘러 앉아있고 자기들 이름표도 책상위에 떡 하니 올려놨더라. 공식적인 자리였다.
아주 간단히 회의 주제를 추리면 3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1. 내 학위과정에 예술적인 드로잉 수업이 있었느냐.
2. 도시설계에 대해 다루었느냐.
3. 건축비용산정(Kosten)과 법에 대해 배웠느냐.
그 외에도 학위과정에 2년의 공백기는 왜있었는지 (군대다녀왔는데요?), 드로잉 수업에서 프리핸드 스케치 훈련을 어떻게 하였는지, 저학년 수업과 고학년 수업은 무엇이 다른지, 도시설계는 언제 어떻게 다뤘는지, 건축비용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고 있었거나 현재 업무에서 비용에 대해 다루고 있는지, 현재는 어떤 프로젝트를 주로 하고 있는지 등등... 더 많았는데 지금 생각이 다 나질 않는다.
애초에 3년짜리 독일 건축 학사과정과 5년짜리 국제 인증된 건축학사 과정의 퀄리티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건데... 어쩌겠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하는데. 게다가 나는 한국에서 2년의 건축석사 과정을 더 했으니, 가방끈으로 비교하면 독일애들보다 내가 훨씬 더 길다. 그런데 독일학위와 한국학위가 동등하다는 인증을 완료했음에도 인정해주지 않고 있었으니... 내 입장에서는 협회 녀석들 하는 꼬라지가 좋게 보일리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내 학위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나니 잠시 밖에 나가있으란다. 그리고는 좋은 소식이 있다며 들어오란다. 중간에 코로나도 있었고, 내가 등록을 차일 피일 미룬것도 있었지만 이 간단한 협회등록이 6년이나 걸렸다. 독일 녀석들은 취업해서 졸업장과 신청서만 우편으로 휙 보내면 끝나는 일이 나는 이렇게 오래 걸린건가.
그래도 꼬이고 꼬인 실타래 하나는 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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