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운동이 끝난 후, 세바스티안이라는 친구와 지난 주말 뒤셀도르프와 쾰른에서 검도 수련을 하고온 이야기를 나누다가, 매 달 첫번째 주 토요일에 BW주 통합 검도 수련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BW주에서 "주말에도 검도를 하고싶은" 사람만 오기 때문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고, 운동할 때 템포도 빨랐다. BW주 대표이자 국가대표인 우리 Verein의 자랑 파비안과 코자키 센세 도장의 대표칼 오하시 아저씨와 야마시타 뿐만 아니라 BW주 대표사범인 카단 등 BW주 실력자들이 다 모였다.
흥미로웠던 건, 이곳에서 지난 BW주 대회 결승에서 만난 Zhang이라는 친구와도 다시 만났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고맙게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윙크로 인사를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옆에서 같이 기본운동 뿐만 아니라, 하체 운동도 같이 했는데 하체가 좋더라. 튀어나가는 속도가 빠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도 요즘 틈틈히 하체운동과 테노우치 연습을 따로 하고 있지만, 하체는 아직 이 친구에게 역부족인 것 같다. 연습이 끝나고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과 대련을 했다. 오하시 아저씨(BW주 개인전 우승자)와 칼을 맞대고 싶어서 대기하고 있는데, 약간 초중급자로 보이는 3분이 쪼르르 나에게 오셔서 같이 대련을 했다. 대련이 끝나고 드디어 오하시 아저씨와 다시 칼을 맞추는 기회를 가졌다. 공방을 주고받았다. 최대한 피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면서 머리도 맞고, 손목도 맞았다. 나도 머리를 때렸고, 손목도 때렸다. 머리는 저번처럼 머리-머리 연타. 손목은 수요일에 연습했던 기술을 썼다. 한동작으로 쓱 들어가면서 죽도 제낀 후 손목을 만들어치는 타격이 들어갔다. 오하시 아저씨도 인정해줘서 뿌듯.
그 다음엔 Zhang이라는 친구와 만났다. 지난 결승보다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그 동안 얼마나 발전했을까 궁금해하면 칼을 맞췄다. 역시나 머리치기는 빠르고 거리도 다른 사람보다 길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고 하체가 탄탄해서 치고들어오는 속도도 빠르다. 머리치기가 빠르니, 보고 치거나 받아서 치기가 여간 까다로웠다. 자세가 썩 좋지는 않아도 이렇게 자신있게 머리를 치고 들어오면 영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오는 머리에 손목을 노리면서 거리를 재다가 머리를 한방 맞았다. 쑥 날라오는 머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진짜 머리는 동급대비 잘친다 싶었다. 한점 승부(잇뽕)이 시작됐다. 이 친구 머리는 잘치는데 손목과 허리는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역시 멀리서 날아들어올테니 그 때 받아허리를 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대련은 이미 진작에 끝나고 모두가 우리를 보고있었다. 도장에는 우리 둘의 기합소리만 퍼졌다. 예상대로 멀리서 머리가 날아들어오는 것 같을 때 허리를 치고 나갔다. 대련이 끝났다. 아마 이 친구가 반보 더 가까이에서 머리를 쳤다면 늦었을지도 모른다. 내 허리치기는 빠르지 않으니까.
어쨌든 이 친구와 하면서 순간 망설이고, 겁먹는 버릇이 조금씩 나왔다. 보고치는 게 아니라, 선의선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언제 이걸 떨쳐버릴 수 있을까.
운동이 끝나고 Zhang이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오는 5월에 있을 독일 전국검도대회에 주 대표로 나가는 것이 목표이고, 지원했다고 한다. 자기네 도장은 호구를 쓰고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야 고작 3명 정도라서 이리저리 다른 도장으로 운동을 다닌다고도 했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다. 혹시 올 여름에 열리는 오픈 검도대회 탱구컵에 나오는지 물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단다. 나는 그 대회를 목표로 수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번에 또 BW주 대회에 나올꺼냐고 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가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이번엔 니가 1등하라고 했다.(속마음은 내가 1등하고 싶지만ㅋㅋㅋ) 그럼 아마도 또 승부를 겨루겠지? ㅎㅎㅎ 그 때까지 즐겁게 운동하자구 !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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